올해도 ESG채권 발행 이어갈 것으로 전망
ESG채권, 기업 자금조달·이미지 개선 효과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전반이 침체기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카드업권이 ESG채권 발행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SG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로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각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공개한 신년사에서 ESG 경영 강화를 강조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4일 공개한 신년사에서 딥택트(DEEP-tact)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제시한 이코노믹 컨택트(Economic Contact)의 일환으로 자동차 금융 플랫폼과 개인사업자 금융플랫폼 등의 사업모델과 함께 ESG 활동을 폭넓게 추진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역시 이날 취임식에서 ESG경영 강화를 중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고객중심 경영과 ESG 정착을 통해 지속가능경영 기반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ESG 경영 정착을 위해서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안전과 위기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제 ESG 경영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을 위한 필수 경영활동이자 미래성장을 위한 핵심 아젠다가 됐다”며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를 추진함에 있어서도 환경과 사회에 대한 영향을 먼저 고려하고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7조원 규모 ESG채권 발행
업계에 따르면, 각 카드사는 지난해 1조71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4400억원을 기록한 2019년 대비 1조2700억원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각 카드사별 ESG채권 현황을 보면 삼성카드는 지난달 16일 중소 가맹점 금융지원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5년 만기·1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삼성카드는 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으로 중소가맹점 금융지원 및 친환경 차량 금융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카드는 11월30일 2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이 채권은 ▲3년 만기 700억원 ▲4년 만기 700억원 ▲4.5년 만기6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하나카드는 이번 ESG 채권을 전액 3년 이상 장기 사채로 발행한만큼 ▲중소영세 가맹점 금융 지원 ▲재난·재해 피해 고객 등 취약계층 금융 지원 ▲스타트업 기업 지원 프로젝트 ▲친환경 운송수단 관련 금융서비스 등 사회 가치 창출을 위한 안정 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롯데카드는 11월23일 1500억원 규모의 소셜 본드(Social Bond)를 발행했다. 소셜 본드는 사회적 취약 계층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발행하는 특수목적채권으로 ESG채권의 한 종류다. 이 채권은 ▲3년3개월 만기 600억원 ▲4년 만기 200억원 ▲5년 만기 700억원으로 구성됐다. 롯데카드는 금융사 최초로 한국신용평가의 'ESG 금융 인증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인 'SB1'을 획득했다는 입장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영세/중소 가맹점주를 돕기 위해 첫 ESG채권을 소셜 본드로 발행했다"며 "이번 발행을 시작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동반 성장을 통해 상생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10월과 6월 각각 15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KB국민카드가 10월22일 발행한 1500억원 규모의 채권은 ▲1년7개월 만기 500억원 ▲2년10개월 만기 500억원 ▲4년 만기 5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6월9일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채권은 ▲3년1개월 만기 600억원 ▲4년 만기 4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KB국민카드는 이 채권 발행에 앞서 지속가능금융 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녹색채권원칙 ▲사회적채권원칙 ▲지속가능채권지침 등 국제자본시장협회의 지속가능채권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한 외부 기관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또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향후 지속가능채권을 통한 사회적 책임 투자와 자금 조달도 적극 추진하는 등 투자자 저변도 계속해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신한카드는 10월과 5월 각각 4억 달러(4590억원), 1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카드업권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신한카드가 10월15일 공개한 4억 달러 규모의 채권은 5년 만기로 청약 당시 전세계 100개 이상의 투자 기관이 참여해 모집금액 대비 3.8배에 달하는 15억달러 이상의 수요가 집중됐다. 국내 카드사의 외화 소셜본드 발행은 2007년5월 이후 13년5개월 만이다.
신한카드는 10월16일 한국표준협회 주관으로 열린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11년 연속 신용카드 부문 지속가능성지수 1위를 달성했다.
현대카드는 9월10일 45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Green Bond)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환경 개선과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등 친환경 사업에 쓰이는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으로 발행하는 1년2개월~10년 만기의 채권이다. 현대카드는 이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 차량 등 친환경 차량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는 현대∙기아차의 전속 금융사로서 정기적으로 그린본드를 발행해 2030년까지 국내 친환경 차량의 판매 비중을 전체 판매 대수의 1/3 수준까지 늘리고, 전 세계 친환경 차량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과 발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은 2019년부터 원화 채권시장에서 1조7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하는 등 정기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ESG채권, 기업 자금조달 핵심 역할
지난해 많은 카드사가 ESG채권을 발행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자금조달 문제가 있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사태 탓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뿐만 아니라 착한 투자에 대한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환경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 해결에 기업의 참여를 요구하는 경우가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자산운용·삼성증권·삼성카드 등 삼성의 금융계열사의 경우, 지난 11월12일 석탄 발전에 대한 신규투자를 전면 중단하고 친환경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 확대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금융학계에선 'ESG채권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경제법학회는 지난해 8월 공개한 연구에서, ‘ESG채권은 공시서식상 자금사용목적 부실기재시 ▲공시위반 ▲불공정거래 ▲그린워싱 등의 문제로 민·행정·형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ESG채권 업종분류표 도입 ▲공시서식 강화 ▲녹색금융 표지제 도입 등 관련 법제 개선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학회는 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개선해 ESG 요소를 적극 고려한 책임투자원칙을 명확히 하고 기관투자자가 ESG채권 투자에 앞장설 수 있도록 연성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이다.
조성진 기자 seongjin.cho@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