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국내 상장 외국기업 36개사 중 14개사 상장폐지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금융당국이 역외지주회사(SPC) 방식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 절반이 상장 폐지됐다며 역외지주사 투자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4일 금융위원회는 국내에 상장된 역외지주사의 실적이 좋아도 상환능력과 자본구조는 매우 부실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금융위는 역외지주사가 제공하는 정보가 제한적이라 역외지주사의 재무상황을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있고 자금 미회수 위험 등의 공시는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기업의 국내 주식시장 상장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역외지주사 주식 상장과 고유사업 영위 회사 주식·예탁증서 상장이 있다.
역외지주사 주식 상장은 본국 상장이 어려운 중·소 규모의 기업들이 해외에 설립한 역외지주사의 주식을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식이다.
반면 고유사업 영위 회사 주식·예탁증서 상장은 미국, 일본 등지에서 고유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의 주식 또는 예탁증서를 국내에 직접 상장한다.
금융위는 중국 중소기업의 경우 홍콩에 역외지주사를 설립한 뒤 이 지주사를 한국 증시에 상장해 유상증자하거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중국 내 사업회사로 보내 활용되지만 투자자들의 경우 사업회사의 우량한 실적만 보고 역외지주사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금융위는 실제로 국내에 상장됐던 한 역외지주사는 연결 재무제표상으로 자기자본이 5000억원 이상인 우량 회사로 보였지만 자체 상환능력은 거의 없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250억원의 사채를 갚지 못하고 상장폐지 됐다.
법령상 역외지주사는 본국 사업회사를 포함한 연결 재무제표 외에 별도 재무제표를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자체 수익구조, 유동자산 현황 등 상환능력을 파악하기 여려운 것이다.
금융위는 연결 재무제표를 볼 때 본국 사업회사의 우량한 실적에 따른 착시로 역외지주사의 재무상황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금융위는 역외지주사가 국내 조달 자금을 사업회사에 빌려주거나 출자할 때 해당국 외환거래르 규제를 지키지 않으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위험이 있는데, 이에 대한 공시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이후 국내 시장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총 36개사다. 이중 25개사는 역외지주사 주식을, 11개사는 고유사업 영위 회사 주식·예탁증서를 상장했다.
이후 총 14개사가 상장폐지 됐으며 현재 22개사가 상장유지 중이다. 상장폐지 기업 중 12개사가 중국기업의 역외지주사로 조사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역외지주사가 국내에서 발행한 사채의 이자 지급 및 상환 등을 위해 본국 사업자회사로부터 외화를 조달할 경우 예상되는 본국의 외환거래 관련 규제 위험 등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피해 예방을 위해 ‘기업공시 서식 작성기준’ 개정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며 “개선 전이라도 역외지주사에 투자할 때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