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AI 컴퓨팅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일본 국립 연구기관 리켄(RIKEN, 이화학연구소)과 손잡고 차세대 슈퍼컴퓨터 구축에 나선다고 18일 밝혔다.
엔비디아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슈퍼컴퓨2025(Supercomputing 2025, SC25)’ 컨퍼런스에서 리켄의 신규 슈퍼컴퓨터 두 대에 자사의 최신 컴퓨팅 플랫폼 GB200 NVL4 시스템을 통합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력은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의 결합을 통해 과학 연구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로, 일본의 과학 인프라 발전과 주권형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첫 번째 시스템은 리켄의 과학 분야 AI 이니셔티브를 위한 슈퍼컴퓨터로, 1,600개의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 GPU와 퀀텀-X800 인피니밴드(Quantum-X800 InfiniBand) 네트워킹으로 구성된다. GB200 NVL4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이 시스템은 생명과학, 소재과학, 기후 및 기상 예측, 제조, 연구실 자동화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두 번째 시스템은 양자 컴퓨팅 전용 슈퍼컴퓨터로, 동일한 GB200 NVL4 구조 위에 540개의 블랙웰 GPU가 탑재된다. 이 시스템은 양자 알고리즘, 하이브리드 시뮬레이션, 양자-클래식(quantum-classical) 혼합 컴퓨팅 연구를 수행하며, 향후 양자 기술과 AI의 융합 연구를 위한 핵심 플랫폼 역할을 맡게 된다.
엔비디아 하이퍼스케일 및 고성능 컴퓨팅(HPC) 부문 부사장 이안 벅(Ian Buck)은 “리켄은 오랜 기간 세계 최고의 과학 연구기관으로 자리해 왔으며, 이번 협력은 컴퓨팅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일본의 과학적 주권과 산업 혁신을 뒷받침하는 기반을 함께 구축함으로써 세계가 직면한 가장 복잡한 과학·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켄 계산과학센터 소장 사토시 마츠오카(Satoshi Matsuoka) 역시 “엔비디아 GB200 NVL4의 통합은 일본의 과학 인프라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며 “AI, 양자 컴퓨팅, HPC를 아우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합 플랫폼을 통해 기초과학부터 산업 및 사회 응용까지 폭넓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지난 8월 발표된 후지쯔(Fujitsu)–엔비디아 파트너십의 연장선에 있다. 두 기관은 세계적 슈퍼컴퓨터 ‘후가쿠(Fugaku)’의 후속 모델인 ‘후가쿠NEXT’ 플래그십 슈퍼컴퓨터 공동 설계를 진행 중이며, 리켄의 두 신규 시스템은 이를 위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개발용 프록시 머신(proxy machines)으로도 활용된다.
후가쿠NEXT에는 후지쯔의 차세대 CPU ‘모나카-X(FUJITSU-MONAKA-X)’가 탑재되며, 이는 엔비디아의 NV링크™ 퓨전(NVLink™ Fusion)을 통해 GPU와 초고속으로 연결된다. NV링크™ 퓨전 기술은 CPU와 GPU 간 대역폭을 극대화해 데이터 이동 지연을 최소화하고, 초대규모 연산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실리콘 아키텍처로 평가받는다.
후가쿠NEXT는 기존 CPU 기반 시스템 대비 최대 100배 향상된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제공하며, 향후 양자 컴퓨터와의 통합 또한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일본이 AI·양자·HPC 융합 연구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디아는 이미 리켄과 협력해 부동 소수점 에뮬레이션(emulation)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텐서 코어(Tensor Core) GPU 성능을 최대한 활용해 AI 및 HPC 애플리케이션이 더욱 효율적으로 동작하도록 지원한다. 또한 리켄은 400개 이상의 GPU 가속 라이브러리, 마이크로서비스, 개발 도구를 포함한 엔비디아 쿠다-X™(CUDA-X™) 생태계를 적극 활용해 고성능 과학 응용을 강화하고 있다.
리켄의 두 신규 슈퍼컴퓨터는 2026년 봄 가동을 목표로 하며, 후가쿠NEXT는 2030년 완전 운영을 계획 중이다. 양자·AI 연산을 융합한 이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은 일본의 과학 혁신뿐 아니라 글로벌 연구 생태계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의 과학 주권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슈퍼컴퓨팅이 산업·에너지·기후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을 이끌 수 있는 가속화된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