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비계량평가 기반 제재 위법 소지 있어”…법적 대응
JKL, 롯데손보 매각 첩첩산중…신용등급 ‘하향 검토’ 등록
|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받은 롯데손해보험(이은호 대표이사 사장)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등급 하락 압박까지 받으면서 매각 작업이 중단될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5일 롯데손해보험에 대한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의결했다. 적기시정조치는 부실 가능성이 큰 금융회사에 당국이 내리는 강제 조치로, 권고·요구·명령 세 단계로 나뉜다. 롯데손보에 내려진 권고 조치는 1단계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제재 배경에 대해 “경영실태평가 결과, 자본적정성이 취약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은 지난해 6월 말 173.1%(경과조치 적용 후)에서 올해 6월 말 129.5%로 하락했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도 올해 6월 기준 -12.9%로 업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금감원은 앞서 롯데손보를 상대로 지난해 12월 정기검사와 올해 2월 추가검사 등 경영실태평가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5월 종합평가등급 3등급(보통)과 자본적정성 잠정등급 4등급(취약)을 부과했다. 특히 비계량평가 항목에서 점수가 낮았고,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계(ORSA)’ 도입 유예가 감점 사유로 지적됐다.
이번 조치로 롯데손보는 앞으로 2개월 내에 자산 처분, 비용 감축, 조직 운영 개선 등을 위한 경영개선 계획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롯데손보는 지난 2년여 동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위험자산을 정리했다. 회사는 2023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5개월 동안 항공기펀드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신흥국 인프라 펀드 등 고위험 자산군을 중심으로 엑시트를 추진해 총 31건, 약 7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사가 지난 2021년 발행한 4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도 중단됐다. 신종자본증권의 이자 지급 중단 이유는 후순위채보다 더 후순위에 위치한 ‘자본’ 성격이 강한 증권이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 가능 여부도 금융당국의 손에 달려있다. 금감원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 콜옵션 자체를 행사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 행정소송 ‘맞대응’…“형평성 어긋나”
롯데손보는 금융위의 제재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당국의 주관이 반영된 비계량평가를 비판했다.
롯데손보는 “ORSA 유예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따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합법적으로 이뤄진 조치”라며 “53개 보험사 중 절반 이상이 해당 조치 도입을 유예 중인데, 자사만 제재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자본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손보는 “9월 말 기준 잠정 킥스 비율은 141.6%로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30%를 웃돗다”며 “3분기 실적도 누계 영업이익 1293억원, 순이익 9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1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금융위의 경영개선권고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및 취소 소송 제기를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소송 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12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이 접수됐다.
◆JKL, 롯데손보 매각 ‘빨간불’
롯데손보와 금융당국 간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PEF) JKL파트너스의 매각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JKL은 지난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3734억원에 롯데손보를 인수, 2023년부터 매각을 타진해왔다. 하지만 JKL이 원하는 높은 몸값(2~3조원)으로 인해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법적 대응도 걸림돌이 됐다.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까지 수 주가 걸리고, 본안소송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금융위 제재 관련 소송은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해 장기화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적기시정조치는 경영 제한 조치이기 때문에 대주주 변경, 지분 매각 등 중요 경영행위가 발생하면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즉, 매각 절차에 직접적인 제약이 생긴 셈이다. 잠재 인수자들에게 소송, 규제·재무리스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당국의 부실 낙인은 그 자체로 엄청난 리스크이기 때문에 몸값 협상도 불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가 시정 조치를 단기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주주 증자가 있어야 한다는 여지를 남겼으나, JKL의 자본금은 300억원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제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매각 절차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행정소송으로 리스크를 해소해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신용등급 하락 압박
신용등급도 하락 위기를 맞았다. 지난 7일 롯데손보 신용등급은 한국신용평가(한신평)로부터 기존 '부정적'에서 '하향검토' 대상이 됐다. 이에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을 각각 'A-/부정적', 'BBB+/부정적'에서 'A-/하향검토', 'BBB+/하향검토'로 변경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롯데손보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SR),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을 '부정적'에서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이에 따라 IFSR 등급을 'A(부정적)'에서 'A(부정적 검토)'로, 후순위채는 'A-(부정적)'에서 'A-(부정적 검토)'로, 신종자본증권은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 검토)'로 각각 바꿨다.
두 신평사는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로 인한 평판 저하로 신규 영업 위축이 불가피하고, 보유 계약 해지 증가가 동반돼 보험 관련 현금 순유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퇴직연금 만기가 집중되는 연말·연초에 대규모 자금이탈로 유출액이 유입액을 크게 상회할 경우 단기적으로 유동성 부담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기평과 한신평은 적기시정조치 부과가 자본적정성·이익안정성·자산건전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특히 자본관리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