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 車업계, 내수 둔화 속 수출 중심 재편 가속
현대차·기아, 유럽·신흥국서 보급형 전기차로 대응
지난해 베이징 국제 모터쇼 프레스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관의 전경./현대자동차
지난해 베이징 국제 모터쇼 프레스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관의 전경./현대자동차

|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중국의 전기차 수출이 두 배 이상 급증하며 글로벌 전동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내수 시장 둔화 속에 중국 자동차 업체가 수출 중심 구조로 재편하면서 한국 완성차들도 보급형 전기차를 앞세워 대응에 나섰다.

12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자동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 감소했다. 국경절과 중추절로 영업일수가 5일 줄어든 영향이다.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의 비중은 처음으로 51.6%를 기록했지만 판매 증가율은 9월 16%에서 지난달 7%로 둔화됐다. 

내수가 둔화된 반면 수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달 중국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7% 늘었고 올해 누적 기준으로는 14% 증가했다. 특히 신에너지차 수출은 104% 급등해 전체 승용차 수출의 44%를 차지해 1년 새 16.6%포인트 상승했다. 

이같은 수출 확대는 로컬 업체를 중심으로 현지 합작·고급 브랜드까지 확산됐다. 중국 완성차 브랜드 BYD, 체리, 지리, 상하이차(SAIC) 등이 물량을 이끌었고 상하이GM, FAW-폭스바겐, 베이징벤츠 등 합작 브랜드의 가세로 전체 수출 규모가 커졌다. 주요 수출국은 벨기에, 필리핀, 영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등으로 유럽과 신흥국 전역에 걸쳤다.

이 같은 수출 호조는 중국의 내수 둔화와 정책 변화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내수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수출 중심으로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중국의 신에너지차 취득세 감면액이 축소될 경우 내수 위축이 심화될 수 있어 수출 의존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는 중국의 내수 둔화와 신에너지차 수출 급증 양상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완성차 간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자동차의 공격적인 수출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가격 인하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콘셉트 쓰리’의 외관./현대자동차
현대차 ‘콘셉트 쓰리’의 외관./현대자동차

한편 현대차·기아의 중국 내 실적은 여전히 부진했다. 하나증권 '중국 자동차 판매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양사 합산 판매는 1만9000대로 전년 대비 16% 늘었지만 점유율은 0.8%에 그쳤다. 누적 기준 판매량은 16만7000대로 16% 감소했다. 업계는 중국 시장이 내수 부진과 가격 경쟁 심화로 수출 중심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현대차·기아의 현지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수출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중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유럽 시장에서 전동화 중심의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하고 소형 보급형 전기차 ‘아이오닉2’와 '아이오닉3'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도 합리적인 가격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2'를 투입해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차의 저가형 전기차 물량 공세로 유럽과 신흥국 시장의 전기차 평균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며 "현대차·기아는 가격 경쟁보다는 품질과 기술력, 서비스 등의 요인을 강화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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