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전기차 약진에 외국계 완성차 기업 부진 심화
현대차·기아, 유럽·신흥국 중심 수출 거점 전환 전망
|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며 수익성보다 ‘생존’이 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한때 10%를 웃돌던 점유율이 1%선 붕괴 직전까지 내려앉으며 로컬 전기차 브랜드의 약진 속에서 존재감이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다.
15일 하나증권이 발간한 ‘중국 자동차 판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9월 소매판매는 약 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점유율은 0.3%로 0.1% 하락했다. 기아는 같은 기간 약 7000대를 판매하며 24%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0.3%로 큰 변화가 없었다. 양사의 합산 소매판매는 7% 줄었고 시장 점유율은 0.7%에 그쳤다. 올해 1~9월 누적 점유율은 0.9%로 1%대 붕괴가 가시권에 들어선 셈이다.
과거 중국 진출 초기에 10%대의 점유율과 비교하면 급격한 하락세다. 지난 2010년대 초반 현대·기아는 합산 기준 연간 16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한국차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현지 전기차 중심의 시장 구조 변화와 중국 정부의 자국 브랜드 육성 정책, 현지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겹치면서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자료에 따르면 9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체 소매판매는 226만6000대로 7% 증가했다. 이 중 로컬 브랜드는 13% 늘어나며 시장점유율 66.9%를 기록했다. 특히 지리자동차와 장안자동차의 9월 소매판매가 각각 42%, 31% 급증하며 시장 판도를 흔들었다. 두 브랜드의 점유율은 각각 10.4%, 6.2%로 전년 대비 2.6%, 1.2% 상승했다.
중국 정부의 시장 안정 가이드라인도 외국계 브랜드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비이성적 경쟁'을 규제한다는 명분으로 과도한 가격 인하와 할인 프로모션을 억제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이 자국 전기차 브랜드에 더 높은 호감을 보이는 가운데 외국계 브랜드는 공격적인 할인 전략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기아는 대표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과 ‘EV’ 시리즈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 재정비에 나서고 있으나 로컬 브랜드 대비 가격경쟁력·보조금 지원 측면에서 불리하다. 현대차·기아 중국 법인의 합작 형태 생산 구조도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투자와 모델 출시 등 주요 결정 과정에서 현지 파트너와의 조율이 필요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평가다.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6일부터 중국 전용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일렉시오’의 사전 판매를 시작한다. 중국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과 최대 88.1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722㎞(중국 인증 기준)의 우수한 주행 거리를 앞세워 점유율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는 일렉시오가 현대차의 현지 전기차 전략 전환을 상징하는 모델로 보고 있다. 향후 출시될 중국 맞춤형 신에너지차(전기차·수소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의 6종과 함께 중국 시장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수 시장은 이미 자국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됐고 외국계 브랜드가 점유율을 되찾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현대차·기아가 중국을 단일 판매시장으로 보기보다 유럽·신흥국 중심의 글로벌 생산·수출 거점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곽호준 기자 kh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