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I·신사업'에 미래 건 4대그룹…'세대교체' 칼바람 속 조직개편 전망
삼성 '정현호 용퇴', 인사 혁신…SK필두 재계, 불확실성 대비 재정비

 

4대그룹 총수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SK 최태원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LG 구광모 회장./각 사 
4대그룹 총수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SK 최태원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LG 구광모 회장./각 사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SK그룹과 삼성을 시작으로 주요 그룹들이 연말 정기 임원 인사의 포문을 열면서 재계의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 대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미래 신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예년보다 서둘러 조직 재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은 8년 간 위기 관리를 이끌어온 정현호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세대교체와 맞물린 후속 인사의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대비…'안정 속 쇄신' 택한 기업들

재계가 연말 인사를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는 내년도 경영 환경 역시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장기화하는 고금리·고물가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조기에 조직을 안정시키고 새해 사업 전략을 수립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은 SK그룹이 대표적이다. SK는 통상 12월 초에 진행하던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한 달 이상 앞당긴 지난 10월 말에 단행했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체제 아래 ‘안정 속 쇄신’을 기조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부분 유임시키면서도 각 사별로 신규 임원들을 발탁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해 리더십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스피드 경영'의 일환"이라며 "연말까지 조직 개편과 내년 사업 계획 수립을 마무리하고 새해부터 곧바로 뛸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추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세대교체' 가속화…AI·미래 신사업 인재 '전진 배치'

이번 연말 인사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세대교체'와 '미래 준비'다.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AI,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오랜 기간 그룹의 중추를 맡아온 '올드보이'들이 용퇴하고 그 자리를 기술 전문성과 혁신 마인드를 갖춘 40~50대 리더들이 채우는 모습이다.

삼성의 정현호 부회장 용퇴는 이러한 세대교체 흐름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1960년생인 정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의 비상경영 체제를 총괄해 온 핵심 인물이다.

그의 퇴진은 삼성전자가 지난 8년간 이어온 '사업지원TF' 중심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의 용퇴로 공석이 된 자리를 포함해 대대적인 후속 인사가 이어질 경우 삼성의 미래 사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 그룹이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히 리더의 연령대를 낮추는 것을 넘어 AI 시대를 주도할 기술 인재를 중심으로 조직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 '정현호 용퇴' 삼성 후폭풍 주목…현대차·LG도 조만간 인사

재계의 관심은 삼성의 후속 인사 규모와 방향에 쏠리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이끌던 사업지원TF의 역할 변화와 함께 전자·금융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의 연쇄 이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진을 딛고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아야 하는 중대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DS부문을 중심으로 한 기술 중심의 대규모 쇄신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등 다른 주요 그룹들도 이르면 이달 말에서 12월 초 사이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들 그룹 역시 올해 실적에 따른 '성과주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되 미래 모빌리티와 AI, 전장(VS) 등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낸 인물들을 중용하며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 연말 재계 인사는 '글로벌 복합 위기'라는 현실적 과제와 'AI 시대 주도권 확보'라는 미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각 그룹의 고심이 담긴 '전략적 선택'이 될 전망이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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