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키움증권의 신용등급 상향 기대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말 정기평가를 앞두고 잇따른 전산사고가 터지면서 내부 관리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투자자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선순위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은 2020년 이후 현재까지 ‘AA-’를 유지하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 중 같은 등급에 머물러 있는 곳은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 소수다. 반면 KB·삼성증권은 ‘AA+’, 미래에셋·한국투자·하나·신한투자증권은 ‘AA’로 한 단계 이상 높다.
키움증권 내부에서는 올해 연말 등급 상향 기대가 컸다. 자기자본이 2021년 2조5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2분기 5조4000억원대로 두 배 이상 늘었고, 별도 기준 반기 순이익이 5672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2위에 올랐다. 특히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며 사업 경쟁력 확대가 가시화되자 신용도 개선 가능성도 점쳐졌다.
신용평가사들은 매년 6월까지 정기평가, 12월까지 기업어음(CP) 평가를 진행하며,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이달 중순부터 연말까지는 회사채 수시평가도 병행한다. 그러나 최근 반복된 전산장애가 이러한 상향 가능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키움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 장애로 미국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 마침 뉴욕증시가 고용시장 냉각과 AI 거품 논란으로 급락한 날이어서, 매도 기회를 놓친 투자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키움증권은 올해 3~4월에도 세 차례 시스템 오류로 금융당국의 수시검사를 받았고,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업계는 이러한 전산사고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내부통제 역량과 평판 리스크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전산사고가 반복된다는 건 시스템 관리 능력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는 신용등급 상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키움증권이 꿈꾸던 ‘AA’ 승격은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고객 신뢰가 흔들리면 신용도 개선은 쉽지 않다”며 “안정적인 IT 인프라와 내부 관리체계 강화가 우선돼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