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제외 조 단위 매출 기록...수주잔고 110조원 상회
KAI 영업익 21.1% 감소...LAH 납품 지연으로 실적 감소
호실적 속 불공정 이슈 점화...K-방산 ‘성장통’ 극복 과제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 ‘빅4’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분기 방산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조2848억원을 기록한 이후 두 분기 연속 1조원을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폴란드와 중동 등 주요 시장에서 수출이 급증하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기체계 조달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방산업계는 유례를 찾기 힘든 호황을 맞았다. 4사의 수주잔고 합계도 110조원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방산 4사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총 1조28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428억원) 대비 72.8% 증가한 액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분기 매출은 6조4865억원, 영업이익은 856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7%, 79% 증가했다. 지상방산 부문의 견고한 수익성과 자회사인 한화오션의 실적 호조로 영업이익은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상방산 부문은 매출 2조1098억원, 영업이익 57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30% 늘었다. 국내 매출은 화생방 정찰차, 차륜형 대공포 판매 등 주요 양산 사업 증가로 33% 상승했으며 수출의 경우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한 천궁Ⅱ 발사대 및 다기능 레이더(MFR) 등이 수익성을 견인했다.
항공우주 부문은 정비 수요 활성화에 따른 엔진 부품 AM(After Market) 물량 증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26% 증가한 6040억원,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자회사 중에서는 한화오션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한화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특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매출이 확대되며 매출 3조234억원, 영업이익 2898억원을 달성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필리조선소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매출 8077억원, 영업이익 22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로템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한 1조619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02.1% 늘어난 2777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이며 영업이익률은 17.5%에 달한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사업 부문은 디펜스솔루션(방산)이다.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3554억원으로 61% 성장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로부터 수주한 K2 전차 납품이 본격화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향후 이라크와 루마니아 등으로 K2 전차 판로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IG넥스원의 매출은 1조492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41.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96억원으로 72.5% 올랐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와 차세대 군용 무전기 TMMR, 함정용전자전장비-II 등 유도무기 및 지휘통제, 감시정찰 사업이 호조세를 보이며 실적을 견인했다. LIG넥스원의 해외 매출은 16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상승했다.
방산 4사 중 KAI는 유일하게 실적이 역주행했다. 3분기 KAI의 매출은 7021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22.6% 감소했으며 602억원을 기록한 영업이익도 21.1% 줄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기체구조물 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 부문이 부진했다. 가장 비중이 큰 국내 사업 매출은 2693억원으로 39.2% 감소했다. 회전익기 부문을 포함한 국내 사업에서 제품 인도 지연이 발생한 것이 매출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폴란드향 FA-50 경공격기 수출 매출 인식이 4분기로 이연되며 완제기 수출도 전년 대비 32.7% 하락한 1638억원에 머물렀다.
KAI 관계자는 "3분기 납품 예정이었던 육군의 소형무장헬기(LAH) 물량들이 4분기로 순연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며 "사업이 취소되거나 물량이 감소하는 등 LAH 계약에 변동이 없는 만큼 4분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산 4사는 이미 충분한 수주잔고를 확보한 만큼 향후 실적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방산 부문 수주잔고는 31조원에 달하며 현대로템도 29조610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LIG넥스원과 KAI는 각각 23조4271억원, 26조2700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방산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호조 속에 불공정 이슈가 불거지며 K-방산의 ‘성장통’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기술자료 유용 및 하도급 대금 지연 등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두 회사가 최근 3년간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내린 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차원이다.
방산업계 특유의 장기·대규모 계약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 문제를 점검하는 과정이라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협력사와의 거래 불균형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온 만큼 이번 공정위 조사가 향후 국내 방위산업 전반의 거래 질서를 바로잡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시장 신뢰 회복의 계기로 작용하는 순기능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자칫 과도한 규제로 방위산업 전체가 위축되지 않도록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