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K리그1 우승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거스 포옛 감독. /전북 현대 제공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K리그1 우승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거스 포옛 감독. /전북 현대 제공

| 한스경제(전주)=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1부) 전북 현대의 올 시즌은 ‘행복’ 그 자체였다. 4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것도 모자라 대한축구협회 코리아컵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섰다. 거스 포옛 감독의 전북 부임 첫해는 그야말로 ‘완벽한 시즌’으로 기록되고 있다.

전북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K리그1 우승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현대그린푸드가 준비한 케이터링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들 등이 한자리에 모여 올 시즌의 결실을 함께 기뻐했다.

전북은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PO)를 겪었던 만큼, 가장 큰 이목은 올 시즌 우승을 이끈 포옛 감독의 거취에 쏠린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포옛 감독은 “감독으로서 1부 리그에서 우승하는 게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박진섭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고 홍정호를 다시 기용한 결정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전환점이 됐다”고 입을 뗐다.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K리그1 우승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거스 포옛 감독. /전북 현대 제공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K리그1 우승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거스 포옛 감독. /전북 현대 제공

이어 “K리그 우승의 의미는 크다. 처음 우승을 맛본 건 브라이턴 시절 3부 리그였다. 이후 칠레에서도 슈퍼컵 우승을 경험했지만, 감독으로서 1부 리그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난해 전북이 어려웠던 걸 알고 있었다. 강등 걱정까지 했던 선수들이 이제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 감격스럽다.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포옛 감독은 ‘아홉 번째 팀’으로 전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선수와의 유대감, 그리고 상호 이해관계가 중요했다. 전북에선 그 부분이 잘 맞았다”며 “작은 전술적 디테일만 바꿔도 충분히 나아질 거라 봤다. 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즌 초반부터 베스트11을 고정했고, 경기력과 상관없이 ‘이기는 법’을 아는 팀으로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26경기 연속 무패는 감독으로서도 믿기 힘든 대기록이다. 앞으로 커리어에서도 깨지기 힘든 성취”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무대에 대한 인상도 전했다. 포옛 감독은 “K리그는 직접적으로 다른 리그와 비교하긴 어렵다. 외국인 선수 제도도 다르고, 매 경기 상대 전력이 많이 바뀐다. 상대가 지난 경기와 완전히 다른 라인업으로 나오기도 해 예측이 어렵다. 그래서 결국 우리 팀의 기본 원칙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K리그1 우승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거스 포옛 감독. /전북 현대 제공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K리그1 우승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거스 포옛 감독. /전북 현대 제공

또한 “전북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명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팀들이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격차가 커졌다”며 “광주와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만 봐도 재정적으로는 불공평한 싸움이었다. K리그가 아시아 무대의 리더로 남기 위해선 더 나은 환경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춘제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우리는 코리아컵 이후 다음 시즌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리그 일정과 대회 일정이 겹치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 또 이적시장에서도 국내 선수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해외 선수들은 비싸게 들어오는데, 우리 팀 최고의 선수조차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포옛 감독은 유럽 복귀설에 대해 “지금은 아무런 제안이 없다. 지난 6월에 오퍼가 있었지만 거절했다. 전북과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고, 곧 구단과 미팅을 통해 향후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며 “지금은 코리아컵 우승에만 집중하고 싶다. 선수에게 좋은 기회가 온다면 개인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보내줄 생각이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현재로선 전북에 남는다고 보면 된다”고 힘주었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며 말을 꺼낸 포옛 감독은 “보통 구단은 감독을 해고할 때, 그 감독이 팀에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감독이 스스로 팀을 떠나면, 오히려 ‘충실하지 못했다’고 말하곤 한다”며 “나는 어떤 경우든 구단이 나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길 바란다”고 웃었다. 포옛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지금은 아무 제의도 없고,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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