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민주 "관세협상 후속조치, 특별법 형태로 할지 비준 거칠지 검토해야"
국힘 "관세협상 구체적 과정,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스경제=김현경 기자 |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를 두고 정부가 대미투자특별법 제정을 공식화하며 신속한 이행을 예고한 가운데 여야가 국회 비준·특별법 등 절차를 놓고 힘겨루기에 나서는 양상이다. 여당은 특별법 제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공식 입장은 유보, 범야권은 헌법상 국회 비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일찌감치 기싸움에 돌입했다. 

30일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정감사 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관세협상 후속 조치를 국회에서 특별법 형태로 할지, 비준 형태로 할지 논의해봐야 한다"며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불러 중요한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과정이 이번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여야 협조 구상 언급은, 다수당임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조율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후속조치를 두고 모든 정당이 정쟁보다는 초당적 협력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범야권은 이번 합의를 국회 비준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한미 관세협상 세부 내용 합의 직후 논평을 내고 "이번 협상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안으로, 헌법 제60조 및 통상조약법상 국회의 비준 동의 대상"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국회 패싱(건너뜀)' 외교를 시도하지 말고, 관세 협상의 구체적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부담이 일본보다 높고, 장기 투자 약속이 향후 정부 재량권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 "국회 비준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측에선 관세협상 후속 조치로 이르면 내달 중 특별법을 국회에서 발의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대미투자특별법안을 신속히 준비해 국회에서 발의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MOU에 (관세 인하를) 이행하기 위해 법이 제정돼야 하고 그 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법안이 11월 중순 국회에 제출되면 이를 근거로 미국과 합의한 대로 제출 시점에 속하는 달의 첫날로 소급한다"고 했다. 법안은 시급성을 고려해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될 예정이다. 

여야는 협상 성과와 정책 효과를 두고도 공방을 이어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돼 다행"이라면서도 대미 투자 3500억 달러가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하고,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지급 방식이 바뀌었을 뿐, 실질 금액 부담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원금 회수 전 수익 배분 5대5 합의와 투자 대상 선정 방식을 두고도 비판했다. 

반면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치밀하게 준비하고 성실히 협상한 결과"라면서 "대미 금융투자에 연간 투자 상한을 둬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했고 환율 변동에 대비할 안전장치가 마련됐다"고 호평했다. "자동차 관세 15% 인하로 산업 숨통을 틔우고, 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지키면서 검역·협력 체계를 강화해 먹거리 주권과 산업 경쟁력을 모두 확보했다"고도 했다.

여야는 이날 기재위 국정감사에서도 시장 개방 범위, 투자 구조·리스크, 세부 내역 불확실성을 두고 충돌했다. 한편, 한미는 전날 정상회담을 통해 협상 세부 내용을 합의했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중 2000억 달러는 현금으로 집행하되, 연간 200억 달러 상한을 설정하고 투자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을 기준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상호 관세율은 15%로 유지하며, 자동차·부품 관세는 25%에서 15%로 낮추고, 의약품·목재는 최혜국 대우, 항공기 부품 등은 무관세 적용을 합의했다. 반도체의 경우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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