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약가인하·관세정책에 제약사 긴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연합뉴스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미국 제약업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로비 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부과, 생산기지의 본토 회귀(리쇼어링), 그리고 ‘최혜국 약가제’ 추진 등 정책 압박이 이어지면서 제약사들이 정책 대응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29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9개월 동안 바이오제약산업을 대표하는 52개 주요 기업과 관련 기관이 총 3억 3400만 달러(약 4788억원)를 로비에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한 수치로 이 가운데 24개 기업이 전체의 절반가량인 1억6100만 달러를 지출했다. 

제약·보건 산업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로비가 이뤄지는 분야로 기업들은 정부 및 보건당국과의 정책 조율, 의약품 가격 협상, 시장 독점권 보호, 식품의약국(FDA) 규제 대응 등을 위한 대관(對官)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최혜국 약가 인하 추진이 맞물리면서 로비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미국제약협회(PhRMA)와 미국병원협회(AHA) 등 주요 단체를 중심으로 화이자, 암젠,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로비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미국 상원 로비공개법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PhRMA는 올해 9월 말까지 2949만 달러(약 423억원)를 로비에 사용하며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제약업계는 저소득층 환자 지원을 위한 340B 의약품 할인 프로그램 개혁, 건강보험 재편, 약가 인하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보건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워싱턴과의 관계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미국 내 약가를 다른 국가 수준으로 낮추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17개사 중 11곳이 3분기 로비 지출을 확대했으며 약가 인하에 합의한 기업들이 특히 공격적인 로비를 벌였다.

화이자는 최혜국 약가 인하에 합의한 뒤 미국 내 7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올해 3분기에만 270만 달러를 로비에 사용했다. 9개월 누적 로비 지출액은 107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5% 급증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올해 9월 말까지 440만 달러를 로비에 사용하며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렸다. 아직 약가 인하 합의를 하지 않은 길리어드도 3분기 로비 지출이 전년보다 36% 증가한 28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ity Act)’ 규제 대상이 된 중국계 기업들도 적극적인 방어 로비에 나서고 있다. 우시앱택은 올해 9월 말까지 107만 달러, 우시바이오로직스는 56만 달러를 로비에 지출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3%와 62% 늘어난 수치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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