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유진 기자 | 금융투자협회가 야심차게 출시한 '디딤펀드'가 1년을 맞았지만 업계에서는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타겟데이트펀드(TDF)와의 경쟁에서 밀렸고, 투자자 접근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5일 출시된 디딤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2.5%를 기록했다. 상위 10개 펀드는 평균 16.5% 수익률을 달성했다.
디딤펀드는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25개 운용사가 공동 출시한 연금 전용 자산배분펀드다. 원리금 보장형에 치우쳤던 퇴직연금 자금을 실적 배당형으로 유도하기 위해 설계됐다.
금융투자협회는 "디딤펀드는 1년간 높은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이어갔다"며 "자산배분의 강점인 위험 분산효과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국내 증시는 코스피 기준 -8.8%까지 하락했다가 31.9%까지 반등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글로벌 증시도 S&P500 기준 -2.9%에서 15.8% 사이를 오갔다.
◆ 투자자 접근성 한계 뚜렷
다만 자금 유입은 아쉬운 수준이다. 올해 디딤펀드 누적 펀드규모는 2272억 원으로, 연초 이후 약 28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25개 운용사가 각각 펀드를 출시한 점을 고려하면 펀드당 평균 11억원 정도만 유입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디딤펀드의 접근성이 다른 연금 상품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이유는 디폴트옵션 편입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금융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TDF는 디폴트옵션을 통해 자금이 활발히 유입되는 반면, 디딤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디딤밀당다람쥐글로벌EMP펀드' 단 1개만 디폴트옵션에 편입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입 구조 자체가 퇴직연금 사업자의 영역인 데다 포트폴리오 변경을 위해선 고용부 승인까지 받아야 해 절차가 까다롭고 편입 문이 아주 좁다"며 "게다가 아직 디딤펀드는 운용에 대한 기간과 성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디폴트옵션으로 편입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편입 확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 올해 5월 첫 디폴트옵션 편입 사례가 발생한 만큼, 앞으로 추가 편입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꾸준히 디딤펀드의 안정성과 성과에 대한 설명회를 갖기도 하고 퇴직연금 사업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며 편입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디딤펀드는 이제 1년을 채웠고, 디폴트옵션 후보 리스트에 올라 있어 좋은 성과를 앞으로 꾸준히 보이면 상품 구조와 안정성을 인정받아 디폴트옵션으로 충분히 편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폴트옵션 편입이 확대될 경우 자금 유입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딤펀드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으로 편입된다면 투자에 무관심한 개인 투자자들도 손쉽게 자금을 굴릴 수 있게 돼 상당한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uj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