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PCTC 시행 3일 전 톤당 46달러로 돌연 인상
적용 시 현대글로비스 1회 12억7천만원 비용 부담 증가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을 견제하고 미국 국적 선박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 14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하는 입항 수수료 제도의 내용이 돌연 바뀌면서 당초 미국의 타깃인 중국 선사 대신 최대 국적 완성차 운송 선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오히려 수수료 폭탄을 뒤집어 쓸 상황에 놓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1일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운반선(PCTC)의 미국 내 항만 입항 수수료를 톤(net tonnage)당 46달러(약 6만6000원)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USTR은 지난 4월 외국산 PCTC의 입항 수수료를 CEU(1CEU는 자동차 1대 분량의 공간 단위)당 150달러로 제안했다. 이후 6월 톤당 14달러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다시 3배 수준으로 인상한 것이다. USTR은 PCTC의 선박당 부과 횟수는 연간 5회로 제한하고 12월 10일까지 납부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PCTC를 제외한 선종의 경우 14일부터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선사 국적 불문)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때 톤당 18달러를 내야 한다.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는 컨테이너를 기준으로도 부과되는데 컨테이너 1개당 120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건조되지 않은 선박에는 톤당 50달러로 시작해 매년 30달러씩 인상된다.
PCTC를 제외한 나머지 선종은 USTR이 4월 발표한 부과안 그대로 시행된다. 하지만 북미-아시아 항로를 사실상 장악한 중국 선사 코스코(COSCO)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당국이 마련한 입항 수수료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조선소에서 건조된, 운항 선사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PCTC에 무차별적인 수수료를 매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에 중국도 맞불을 놓았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 10일 중국 항만에 기항하는 미국 관련 선박에 14일부터 톤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부과 대상은 미국 국적 선사,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뿐 아니라 미국 개인·기업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25% 이상 지분(의결권·이사회 참여 포함)을 보유한 선사까지 포함됐다. 사실상 미국 자본이 일부라도 포함된 글로벌 선사 상당수가 과세 대상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미국 관련 선박에 부과되는 특별 항만 서비스료는 400위안으로 시작해 2026년 4월 17일부터 기항하는 선박은 톤당 640위안(약 12만7000원)을 납부하게 된다. 1년 후인 2027년 4월 17일부터 톤당 880위안(약 17만5000원), 2028년 4월 17일부터는 톤당 1120위안(약 22만3000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교통운수부는 이번 특별 항만 서비스료 정책을 발표하면서 그 배경으로 USTR이 지난 4월 발표한 중국 선사 운항 및 중국산 선박 대상 입항료 부과 정책을 지목했다. 중국이 이번에 발표한 항만 서비스료는 당시(4월) 미국이 발표한 중국 선박 대상 입항료와 비교해 10%가량 높은 수준이다.
USTR은 입항 수수료가 애초 중국 견제라는 목적과 달리 동맹국인 한국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PCTC에 대한 입항 수수료는 연간 5차례까지만 부과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입항 수수료 관련 협의를 진행한 가운데 최근까지 이렇다 할 후속 조치가 없다가 수수료 부과를 사흘 앞두고 한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입항 수수료 정책 시행으로 현대글로비스는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6월 말 기준 총 96척(자사선 35척·용선 61척)의 PCTC를 운용하고 있다. 이 중 30여척을 미국 항로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항만에 입항한 횟수는 170회, 전체 완성차 해상운송 매출에서 미국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톤당 46달러의 입항 수수료가 부과될 경우 순톤수 1만9322톤인 7000CEU급 PCTC를 기준으로 입항 수수료를 단순 계산하면 1회에 약 12억7000만원을 내야 한다. 연간 수수료가 5차례로 제한되더라도 선박당 64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을 물게 되는 셈이다. 글로벌 해양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다툼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되레 ‘새우등 터지는’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와는 달리 USTR의 부과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보자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현대글로비스의 PCTC마다 크기가 각각 다르고 USTR이 현행 톤당 46달러인 입항 수수료 부과를 연간 5회로 제한했다”면서 “운항스케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한편 되도록 (입항 수수료를) 부과받지 않는 선박을 여러 번 미국 항로에 띄울 수 있는 방법도 있다. USTR이 다음 달에 관련 공청회를 가질 예정인 만큼 현재로서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당사 PCTC의 적재 및 운항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고 정부와 다른 선사, 화주 등 모든 이해 관계들과 협의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