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의 희토류(rare earth) 수출 통제에 맞서 대중(對中) 추가 관세와 반도체·AI 관련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강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스마트폰, 군사용 전자장비에 필수적인 원소로, 중국이 세계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은 이번 조치가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경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협상 여지를 남기는 신호를 보냈다.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2일 기자와의 문답 형태로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9일 중국은 희토류 등 물자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고, 이는 중국 정부가 법규에 근거해 자기 수출 통제 체계를 완비하는 정상적 행위”라며 “걸핏하면 고액 관세로 위협하는 것은 중국과 공존하는 올바른 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상무부 대변인은 “관세 전쟁에 대한 중국 입장은 일관적”이라며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태도를 “전면 충돌 회피를 위한 속도 조절”로 해석한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및 AI 소프트웨어 통제 강화가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중국으로서도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 상무부는 이르면 이달 말 관련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GPU 설계용 소프트웨어,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툴, 그리고 차세대 AI 모델 학습 관련 소프트웨어의 수출 제한이 거론된다. 이는 엔비디아(NVIDIA) 등 미국 기술기업의 중국 고객사에 대한 공급을 제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의 새 국면을 예고한다고 분석한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류젠(劉健)은 “희토류는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이라며 “공급 통제는 단기적 지렛대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유럽의 탈(脫)중국화 가속을 부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개월 간 휴전을 이어온 미중 무역 전쟁이 다시금 발발되면서 현재 국제 시장에서는 일부 희토류 품목 가격이 일주일 새 최대 15% 급등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업계는 양국 간 협상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