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남자농구 대표팀이 ‘임시 감독 체제’로 중국과 월드컵 예선을 치른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앞서 10일 제8차 성인남자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고 “오는 11월 28일과 12월 1일 열리는 2027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홈 앤드 어웨이 2연전을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희철(52) 서울 SK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고, 조상현(49) 창원 LG 감독이 코치대행을 맡는다.
한국 남자농구는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FIBA 아시아컵에서 6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부터 팀을 이끌던 안준호(69) 감독은 대회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돼 1년 6개월간의 임기를 마쳤다. 귀화선수 없이 이현중(25·나가사키 벨카)과 여준석(23·시애틀대)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시도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협회는 재계약 대신 새로운 감독 선임 절차를 밟았다.
협회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7 FIBA 농구 월드컵을 대비해 국내외 지도자를 포함한 공개 채용을 추진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표팀을 맡을 만한 커리어를 지닌 지도자는 대부분 현역 프로팀을 지휘 중이거나, 이미 현장을 떠난 지 오래였다. 외국인 감독 영입안도 예산과 환경 제약 탓에 실현 가능성이 떨어졌다. 실제로 지도자 공개 모집에는 ‘신기성(50)-구나단(43)’ 조 한 팀만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결국 협회는 적합한 후보를 찾지 못한 채 시즌 중 현직 감독을 급히 차출하는 임시 체제를 택했다.
전희철 감독은 11일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안양 정관장과 원정 경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제 하루 종일 힘들었다. 너무 부담스러운 자리여서 쉽게 수락하기 어려웠다”며 “아직 감독 5년 차에 불과하고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조상현 감독에게 많이 기대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상현 감독 역시 “10일 오후에 들었다”면서 “대표팀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농구인으로서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둘은 KBL 정규시즌을 치르고 있는 현역 프로팀 감독들이다. 전희철 감독은 지난 시즌 SK를 최단 기록인 46경기 만에 정규리그 1위로 올려놨고, 조상현 감독은 창원 LG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두 팀 모두 올 시즌 상위권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들 감독들이 시즌 도중 대표팀 감독직과 코치직을 겸임하는 건 사실 소속 구단과 팬들에게 결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협회는 현재 외국인 지도자들과 접촉 중이며 국내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재공모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정식 감독 선임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프로팀 일정이 빼곡한 시즌 중에 현직 감독들이 대표팀을 이끌게 된 이번 ‘임시 체제’는 한국 농구가 안고 있는 지도자 인재난과 행정 공백이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