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전원 차단...백업 데이터 활용 복구 작업도 차질 예상
"중요시스템 몰려 복구에 상당 시일 소요" 1~2등급 우선 복구
세계 최고 디지털 정부 구현...심장부 국정자원 화재로 ‘오점’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을 멈춘 가운데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정부의 청사진도 이번 화재 사태로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2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정자원 5층 전산실 내에 있는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전원을 작업자가 끄고 약 40분이 지난 전날 오후 8시 20분께 배터리에서 원인 미상의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열기로 전산실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항온항습장치가 작동을 멈추자 서버 등 장비 손상을 우려한 국정자원 측은 대전 본원 내 647개 시스템 전원을 모두 차단했다.
국정자원은 대전 본원과 광주·대구센터를 합쳐 정부 업무서비스 기준 총 1600여개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 본원에만 전체 국가 정보시스템의 3분의 1 이상이 몰려있는 셈이다.
문제는 리튬이온배터리 특성상 화재 진압에 시간이 오래 걸려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데서 출발한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한번 불이 나면 소화가 어렵고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또 배터리 내부 단락으로 온도가 급상승하는 '열폭주' 현상이 이어지면 온도가 순간적으로 섭씨 1000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방 당국은 화재가 발생한 지 10시간이 지나서야 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국정자원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열기가 남아 있어 소방 당국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전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열기가 완전히 빠진 후 서버를 재가동하고 손상 여부를 하나하나 점검해야 해 현재로서는 복구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서버 전원 연결이 차단된 상황이어서 백업 데이터를 활용하는 복구 작업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전·대구·광주 3개 센터로 이뤄진 국정자원 가운데 대전·광주는 재해복구 시스템이 일부 구축돼 있으나 최소한의 규모에 불과하고 스토리지만 있거나 백업만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템별로 조금씩 다르게 돼 있어 시스템별로 재해 복구 시스템을 가동할지 아니면 원시스템을 복구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단 복구 작업에 착수하는 대로 국민 파급효과가 큰 1∼2등급 정보시스템부터 우선 복구를 시도할 방침이다.
이번 화재로 전산망이 사실상 마비됨에 따라 정부는 시스템 정상화 이후로 세금 납부, 서류 제출 기한 등을 연장하고 국민이 기존 온라인 서비스를 대신해 이용할 수 있는 대체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브리핑에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민원이나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해당 기관의 안내에 따라 대체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오프라인 창구를 활용하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구체적인 정부 서비스 장애 상황과 대체 사이트는 네이버 공지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번 장애로 인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큰 불편을 겪으신 데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장애를 신속히 복구하고 상황이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행안부는 올해 주요 업무 계획의 3대 핵심 분야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 정부'를 내세우며 서비스 장애 예방과 안정성 확보를 약속했다.
특히 국정자원 내 디지털안전상황실을 중심으로 중앙·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디지털 행정서비스 상황을 통합 관리하고 민관합동으로 행정서비스 장애에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행정서비스의 심장부인 국정자원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이같은 대책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정보통신 전문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청사진이 국정자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 사태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디지털 정부가 외형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민원 행정이 구현되는 현장에서 내실을 기하지 못한 결과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