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통합관제·AI 도입 등 안전 강화 총력…하청구조 한계에 현장 실효성 과제
서울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정부가 건설현장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건설사들은 최근 몇 년간 잇따라 안전경영 투자를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여전히 성과가 눈에 띄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적용 강화, 안전관리 미흡 기업에 대한 면허 정지·취소 검토 등 안전사고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단순 벌점이나 과징금을 넘어 영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에 주요 건설사들은 현장 관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통합 안전관제센터’를 운영 중이다. 예컨대 DL이앤씨는 지난해 현장 안전 사각지대 관리 강화를 위해 CCTV 통합관제 VMS(Video Management System)를 구축했다. 기존 개별 CCTV 뷰어 시스템을 통합해 관제 효율성을 개선하고, 통합 스마트 안전관제 플랫폼과 연계해 전 현장의 고위험 작업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지난 5월 '안전품질지원실'을 신설하고 그 산하에 '안전진단팀'을 새롭게 구성하는 안전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안전진단팀은 국내외 전 현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과 모니터링을 진행해 각 현장의 안전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 미흡한 사항을 개선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개편된 안전진단팀 내 'CCTV 안전관제센터'를 신설했다. 전담 인원이 당일 고위험 작업이 예정된 현장을 중심으로 국내 현장에 설치된 고정형 및 이동형 폐쇄회로(CC)TV 약 800대를 통해 작업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안전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작업을 즉시 중지하는 방식이다. 대우건설도 AI 영상분석을 통한 안전모·안전벨트 미착용 감지 시스템 도입을 계획하며 예방 중심 관리로 전환하고 있다.

재무적으로도 ‘안전’은 최우선 투자 항목이 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안전보건 투자를 2년 만에 3배 가까이 늘렸다. 2021년 449억원에서 2023년에는 1189억원으로 확대됐으며, 안전관리 인력도 7월말 기준 전 현장에서 총 1139명까지 확대했다. 또 안전관리 인력 대비 근로자 비율도 기존 1대 25 수준에서 1대 11로 개선하는 등 안전설비와 보호구, 교육훈련, 예방활동 전반을 강화했다.

현대건설 역시 같은 기간 안전경영비용을 1349억원에서 2399억원(2023년)으로 확대했고, 지난해에는 2773억원을 투자했다. 대우건설도 지난해에는 안전 관련 투자액이 1350억원에 달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1096억원)을 넘어섰다. 연결 기준 매출 대비로도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투자 확대가 곧바로 사고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며 “안전투자의 실질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관리 체계가 본사 차원에서 정교하게 설계되고 있음에도 하청·재하청 구조 속 현장 실행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에 안전경영은 단순한 도덕적 과제가 아니라 사업 지속성을 좌우하는 리스크 관리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영업정지나 면허취소 같은 극단적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정비사업이나 해외 수주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윤덕 국토부장관은 “정부가 필사즉생의 각오로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안전관리의 제도적 기반을 다질테니, 업계도 그 위에 바로 서 책임을 다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예산 확대와 제도 정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협력업체와 현장 전체로 안전 문화를 확산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성과 압박이 과도하면 현장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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