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KT가 대규모 소액결제 해킹 사태로 위기에 직면했다. 김영섭 KT 대표의 임기가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김 대표 체제에서 수습을 피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KT는 최근 소액결제 침해사고 뿐 아니라 국가 AI 컴퓨팅센터(K-AI) 사업에서도 탈락하며 대외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 2023년 8월 취임한 김 대표는 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KT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불법 펨토셀 2대를 확보했고 이 신호를 수신한 고객 1만9000명 중 LTE 사용 단말기 5561대의 단말기보유식별번호(IMSI)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중 278명이 소액결제 피해를 입었으며 총 피해 금액은 1억7000여만원이다.
이번 사건은 KT가 최근 국가대표 AI 기업 선정에서 이통사 유일하게 탈락하며 체면을 구긴 상황과 겹쳐 타격이 커졌다.
KT는 MS와 5년간 2조4000원을 투자해 소버린 AI를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경쟁사인 SKT 및 LG유플러스와 같은 LG그룹 계열사 LG AI연구원이 과제에 선정된 것과 달리 탈락했다.
김 대표가 AI 위주로 사업을 정리하고 대규모 조직 개편을 진행했지만 MS와의 협약 체결 1년이 넘어가는 현재까지도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2분기 공개가 예상됐던 시큐어 퍼블릭 클락우드는 지연됐고 한국형 AI 모델은 국가대표 AI 모델 사업 준비에 한차례 밀렸다.
여기에 지난 4월부터 시작된 SKT 유심 해킹사고 여파로 이통사 보안의 허점이 지적받는 상황에서 2위 사업자 KT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소비자 신뢰도를 하락 시켰다.
김 대표는 지난해 희망퇴직 단행 등으로 연간 30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했고 KT는 올 2분기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무 지표 개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임기 막판 김 대표는 통신사 해킹 사고에 대한 소비자 신뢰 회복, 부진한 AI 사업 정상화, 정치권 압박, 재무 리스크까지 한꺼번에 떠안게 됐다.
앞서 SKT는 유사 사고 발생 두 달 만에 위약금 감면을 포함한 보상안을 확정하며 수백억 원대 손실을 감수한 사례가 있다. 연임이 확정되지 않은 김 대표가 보상금액의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비슷한 사건을 겪었던 유영상 SKT 대표는 4월 사이버 침해사고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질문을 받고 위약금 면제 결정 및 고객감사패키지를 발표하는 등 주도적 대응을 보였다. 이후 SKT는 한달간 정기 브리핑을 진행하며 관련 내용을 소통을 이어갔다.
반면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짧은 사과만 전했으며 이후는 실무진이 설명하는 등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면서 '정면 돌파'를 단행했던 SKT와는 비교 된다.
한편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김 사장을 해킹 의혹 및 소액결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서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회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KT가 해킹 통보 후 서버를 무단 폐기해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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