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로 전지훈련을 떠난 프로농구 고양 소노. /류정호 기자
대만 타이베이로 전지훈련을 떠난 프로농구 고양 소노. /류정호 기자

| 한스경제(타이베이)=류정호 기자 | 프로농구 고양 소노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 19승 35패로 10개 팀 중 8위에 머물렀던 소노는 올여름 대만 타이베이 전지훈련에 돌입하며 반등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소노는 지난 시즌 김승기 전 감독과 김태술 전 감독 체제를 거치면서 혼란을 겪었다. 결국 소노는 선수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손창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손창환 감독은 부임 이후 초심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타이베이에서 본지와 만난 손창환 감독은 “단단하게 잘 만들고 싶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 원하는 수준까지 오르지 않았지만 조금씩 잡아가는 단계”라고 밝혔다. 특히 대만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단의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그는 “‘완전체’로 훈련한 게 대만에 와서 처음이다. 이재도, 정희재, 최승욱, 이정현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손발을 맞춘 게 5일이 채 안 된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 선수 장점 극대화, 핵심 철학은 ‘융화’

프로농구 고양 소노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반등을 향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류정호 기자
프로농구 고양 소노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반등을 향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류정호 기자

손창환 감독의 지도 철학은 단순하다. 특정 색깔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선수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해 융화시키는 것이다. 그는 “제 색깔보다 선수들의 색깔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5명이 어떻게 융화되고 시너지를 내는지가 큰 숙제”라며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5명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력분석가 출신다운 접근법도 특징이다. 손창환 감독은 짧고 효율적인 비디오 미팅으로 선수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비디오 미팅을) 연습경기에서 드러난 문제를 다시 푸는 시험처럼 다룬다. 길어도 20분, 짧으면 5~8분 안에 끝낸다. 코치들이 개별적으로 자료를 준비해 선수들과 소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수들 사이에서도 “영상 분석 시간이 많아졌지만 훨씬 집중적이고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코치진과의 소통도 유기적이다. 그는 “타일러 가틀린 코치와는 훈련 전에 항상 미팅을 해 그림을 맞춘다. 서로 아는 부분을 보완해 시너지를 낸다”며 “김강선, 박찬희 코치에게는 선수들을 나눠 맡겨 세부 지도를 맡기고 있다. 이후 필요할 때 개입해 다시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 팀 문화 정착, 생활 관리까지 훈련의 연장선

프로농구 고양 소노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반등을 향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류정호 기자
프로농구 고양 소노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반등을 향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류정호 기자

손창환 감독이 취임 직후 단행한 조치는 이례적이었다. 모든 파트의 스태프가 선수들 앞에서 PPT 발표를 하도록 한 것이다. 그는 “소노가 창단 3년 차지만 아직 정착된 문화가 없다고 느꼈다. 내외부의 흔들림에 버틸 힘을 기르려면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했다”며 “선수들이 구단 내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느꼈다. 이런 과정을 알아야 고마움도 느끼고, 소속감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동만큼 쉬는 법, 먹는 법도 훈련이다. 식습관과 휴식 습관을 지키는 것도 선수로서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손창환 감독은 PPT 발표 자리에서 직접 지난 시즌 기록을 분석해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우리가 어떤 수치를 끌어 올려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설명했다”며 “이를 위해 반드시 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는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손창환 감독의 소통 방식은 선수단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로 비치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잘 알려진 일화가 있다. 그는 과거 구단 운영난 속에서 월급이 밀리자 반도체 관련 제작·설치 일을 4~5일 정도 나가며 일당을 모았다. 손창환 감독은 “100만원을 금방 채웠고, 그 돈으로 선수들 밥을 사줬다”고 회상했다. 선수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손 감독을 ‘어머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그게 크게 부각될 일은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저도 화도 내고 쓴소리도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 “죽기 살기로 준비 중”… 봄 농구 향한 결의

고양 소노 이정현. /KBL 제공
고양 소노 이정현. /KBL 제공

손창환 감독은 올 시즌 운영 원칙에 대해서도 분명한 계획을 하고 있다. 그는 “그간 메인 핸들러를 없애고, 코트에 있는 과반수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해 왔다”고 밝혔다. ‘에이스’ 이정현의 기용에 관해서는 “무리하지 않고 25분 내외로 출전 시간을 관리할 것이다. 체력을 유지하며 시즌 전체를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 네이선 나이트, 제일린 존슨에게도 기대를 걸었다. 손창환 감독은 “기동력을 최우선으로 보고 영입했다. 나이트는 기대치에 부응하고 있고, 존슨은 잔부상으로 회복 중이지만 곧 전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각오를 전했다. 손창환 감독은 “부족하지만 죽기 살기로 하고 있다. 이 노력이 쌓이고 쌓이면 반드시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봄 농구 진출에 갈증이 큰 만큼, 믿고 기다려주시면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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