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제약사 첫 언론사 보유 사례
2.2조 연구단지 투자까지…체질 개선 가속
종근당 본사 전경. /종근당 제공
종근당 본사 전경. /종근당 제공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종근당(대표 김영주)이 ICT(정보통신기술) 전문 매체를 인수하며 제약사 최초로 언론사를 품었다. 창립 84주년을 맞아 글로벌 도약을 선언한 종근당은 디지털·AI 역량을 신약개발과 생산 전반에 접목해 기업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홀딩스는 최근 ICT 전문 온라인 매체 디지털데일리 주식 1만7546주(지분율 87.7%)를 200억원에 취득하며 제약업계 최초로 언론사를 보유한 기업이 됐다. 

종근당홀딩스의 9번째 자회사로 편입된 디지털데일리는 2005년 창간된 ICT 전문 매체로 단순한 뉴스 보도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와 업계 분석 기능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전통 제약사가 언론사를 직접 품에 안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종근당의 이번 선택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ICT 산업 전반의 동향과 최신 정보를 신속히 확보하고, 이를 자사 연구개발 및 경영 전략에 적용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디지털·AI 분야가 향후 신약개발에 있어서 제약사에게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IT 전문매체 인수를 통해 업계 동향과 정보를 습득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종근당의 최근 광폭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회사는 올해 창립 84주년을 맞아 반세기 만에 기업 CI를 전면 교체하고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자원과 역량을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연구개발 부문에서 보다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등 디지털 시스템을 기반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합성신약은 물론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같은 항체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분야에서 종근당만의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과 신약 개발의 융합을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올해 신약 연구개발 분야 초대형 투자도 나왔다. 종근당은 지난 6월 경기 시흥 배곧지구에 약 2만 4000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2조 2000억원을 투입해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는 경기도 내 단일 바이오기업 투자 중 최대 규모로 유전자치료제와 차세대 항암제를 포함한 첨단 연구를 수행하는 글로벌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종근당은 해당 단지를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한 고용 창출, 산학협력 강화,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확장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생산 부문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관측된다. 천안 공장은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전 공정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에는 실제 공정을 3차원으로 가상화한 메타버스 디지털 팩토리를 구현했다. 디지털 팩토리 운영을 통해 공정 효율성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품질 관리의 혁신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 개발 단지 조성 조감도. /시흥시 제공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 개발 단지 조성 조감도. /시흥시 제공

종근당의 이 같은 공격적 행보는 현재의 경영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조 5864억원, 영업이익 9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7%, 59.67% 감소했다. 올해 1·2분기는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도입 상품 증가와 함께 R&D(연구개발) 비용이 크게 증가하며 마진 개선과 체질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종근당은 전통적인 제약사에서 벗어나 디지털과 바이오, 콘텐츠와 R&D를 아우르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언론사 인수를 통한 전략적 기반 마련, 연구개발 단지 조성으로 글로벌 신약 경쟁력 확보, 생산 혁신이라는 세 갈래 변화를 동시에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성장 동력을 향한 선제적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업계 전반이 수익성 악화와 신약개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종근당의 행보는 단기적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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