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 내야수 김하성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이적했다. MLB닷컴은 2일(이하 한국 시각) “탬파베이가 김하성을 웨이버 공시했고, 애틀랜타가 영입했다”고 전했다. 김하성은 3일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부터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하성은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탬파베이와 2년 2900만달러(약 403억원)에 계약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어깨 수술 여파와 이어진 근육계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햄스트링, 종아리, 허리 등 잇따른 부상에 시달리며 24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은 타율 0.214, 홈런 2개, 5타점으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탬파베이는 결국 “짧고 실망스러웠던 계약 기간이 끝났다”고 밝히며 결별을 택했다. 남은 약 200만달러(약 28억원)의 연봉은 애틀랜타가 부담한다.
웨이버 공시라는 절차로 팀을 옮기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방출로 비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왔다. 하지만 송재우 해설위원은 2일 본지에 “김하성이 사양길에 접어든 것도 아니고, 몸값만큼 가치가 없는 선수도 아니다”라며 “지명할당 형태로 풀리면 보통 5일 안에 다른 구단이 움직이는데, 애틀랜타가 곧바로 손을 내밀었다. 이는 오히려 빠르게 새 기회를 잡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애틀랜타가 부상 전력이 있는 김하성을 택한 이유는 내야진 보강의 절실함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를 지배했던 명문 구단이지만, 올 시즌 내야진의 부진은 뚜렷하다. 주전 유격수 닉 앨런은 타율 0.222, OPS(출루율+장타율) 0.534에 그친다. 3차례 올스타로 뽑혔던 2루수 오지 올비스도 타율 0.236, OPS 0.658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간판스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도 무릎 부상으로 예전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공격 전반이 약화했다.
ESPN은 “애틀랜타가 내년 지구 우승을 다시 노리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려 한다”며 “수비력이 검증된 김하성이 불확실한 내야진의 구멍을 메워줄 카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시절 유격수, 2루수, 3루수까지 소화하며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내야 전반에서 유틸리티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애틀랜타 내부적으로 당장 유격수 자리를 메워줄 자원이 보이지 않았다. 검증된 수비력을 갖춘 김하성은 약점 보완의 가장 현실적인 카드였다”며 “애틀랜타는 내년에도 충분히 포스트시즌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가 아니라 내년을 내다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김하성의 가장 큰 과제는 부상 관리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김하성이 부상 복귀 후 지나친 의욕 탓에 도루 등에서 무리하는 모습이 보였다”며 “이제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 본래의 수비력과 기본 타격만 보여줘도 된다. 애틀랜타는 돈을 쓸 수 있는 팀이고, 성과만 입증한다면 계약 연장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애틀랜타는 그간 한국 선수와 인연이 거의 없었다. 2002~2003년 마운드를 지킨 봉중근 이후 무려 22년 만에 한국 선수를 품었다. 박효준을 트레이드로 데려왔지만 빅리그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방출했고, 배지환과의 계약도 규정 위반으로 무산됐다. 이번 김하성 영입은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김하성은 웨이버 공시라는 과정을 거쳐 팀을 옮기게 됐지만, 애틀랜타는 김하성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만약 그가 건강을 되찾아 내야진의 불안 요소를 메운다면 이번 이적은 단순한 재도약이 아닌 커리어 반전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