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SBS골프에서 중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G레이디스 오픈 최종 4라운드 시청률은 0.852%로 단일 라운드로 대회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약 40분간 펼쳐졌던 연장전 시청률은 약 1.5%에 이르렀고, 순간 최고 시청률은 1.7%(오후 3시 57분)까지 치솟았다.
KLPGA 최고 스타성을 지닌 박현경, 이예원 간 승부도 아니었다. 오히려 ‘무명’ 신다인과 올 시즌 우승이 없었던 유현조의 대결이었다. 사실 둘에게 우승은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신다인에게 ‘골프 신동’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국가대표 동기로 통산 19승을 올린 박민지, 8승을 기록한 박현경,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승의 유해란이 있다. 신다인은 KG레이디스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후 “같이 연습했던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프로가 돼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보고 솔직히 좀 힘들었다.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란 고민도 많이 했고, 연습도 하면서 극복하려 노력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유현조는 올 시즌 대상 포인트 2위(382점), 평균최저타수 2위(69.7031타), 상금 4위(7억1333만3434원)에 올라 있다. KG레이디스 오픈 전까지 올해 18개 대회에 나서 준우승 2회, 공동 3위 2회, 공동 4위 2회, 공동 5위 2회를 기록했다. 한 끗 차이로 우승을 놓친 게 여러 차례 된다. 다만 국가대표 동기가 임지유, 박예지 등 무명급 선수들인 점은 신다인과 다르다.
그런 신다인과 유현조의 승부는 흥미를 유발했다. 18번 홀(파5)에서 한빛나까지 포함돼 벌인 1차 연장에서 신다인은 티샷한 공이 카트 도로를 맞더니 계속 굴러 홀 68m 앞 러프에 멈춰 섰다. 덕분에 그의 티샷 비거리는 무려 407.9m에 달했다. 결국 버디로 이어졌는데 이를 두곤 ‘도로 협찬을 받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신다은은 “티샷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공이 굴러간다는 얘길 듣곤 ‘이런 행운이 올 수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2번째 샷도 나쁘지 않게 쳐서 ‘하늘이 준 첫 우승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차 연장에서 신다인은 버디를 했다. 한빛나가 탈락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유현조는 파를 기록하면서 우승의 신은 신다인의 손을 들었다. 고등학생 시절 골프 선수에게 사망 선고에 가까운 ‘입스(yips)’까지 왔지만 극복하고 투어 정상급 선수로 거듭난 유현조는 다시 신의 선택을 받진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신다인은 우승 후 “1라운드 후 대회 장소인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진짜 현실로 돼 감개무량하다”고 활짝 웃었다. 신다인의 성장 스토리와 극적인 우승은 우리네 인생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비교하는 삶을 벗어 던지고 묵묵히 제 길을 가며 노력할 때 하늘조차 감동해 뜻밖의 행운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골프는 18홀을 돌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멘탈 스포츠이자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스포츠란 말들을 한다. 신다인이 골프의 진면목을 새삼 보여줬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