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기다리던 부활포가 터졌다. 황희찬(29·울버햄프턴)이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마침내 골 맛을 보며 부진과 불안한 입지를 딛고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최근 9월 A매치 명단에서 제외된 아쉬움 속에서 존재감을 증명한 한 방이었다. 대표팀에서는 잠시 멀어졌지만, 소속팀에서의 득점은 여전히 그의 가능성이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황희찬은 31일(한국 시각) 영국 울버햄프턴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버턴과 2025-2026 EPL 3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21분 동점 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마셜 무네치(29)가 날카롭게 올린 크로스를 재빠르게 쇄도해 들어오며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2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순간적으로 공간을 파고든 침투와 정확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지난해 12월 토트넘 홋스퍼전 이후 무려 8개월 만에 나온 리그 득점이었다. 슈팅은 단 한 차례였지만 황희찬 특유의 결정력이 다시금 빛난 장면이었다.
이날 득점은 팀 내 입지를 되살리는 계기이기도 했다. 황희찬은 2023-2024시즌 리그 31경기 12골 3도움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잦은 부상과 기복으로 25경기 2골 1도움에 그쳐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올 시즌 개막 이후에도 2차례 교체 출전해 20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크리스탈 팰리스와 버밍엄 시티 임대설, 네덜란드 이적 가능성까지 여러 루머가 따라붙었다. 팬들과 언론의 시선도 점점 차가워졌다. 하지만 이날 골은 자신이 여전히 팀에 필요한 자원임을 입증하는 반전의 한 방이었다. 특히 핵심 공격수 예르겐 스트란드 라르센(25)의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선발 경쟁에서 앞설 기회를 잡았다.
울버햄프턴은 에버턴에 2-3으로 지고 리그 3연패에 빠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황희찬 개인에게는 한동안 잊혔던 존재감을 되찾은 뜻깊은 무대였다. 축구 통계사이트 풋몹은 그에게 팀 내 2번째로 높은 평점 7.2를 매겼고, 지역 언론 역시 “결정적 순간 정확한 선택을 입증한 활약”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득점은 대표팀을 향한 메시지도 담겼다. 홍명보(56) 감독은 9월 미국 원정 A매치 명단을 발표하면서 황희찬의 이름을 제외했다. 출전 시간 부족과 폼 저하가 결정적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직접적으로 그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월드컵 본선에는 무엇보다 꾸준한 경기 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공격 자원 중에서는 손흥민(33), 이재성(33), 이강인(24) 등이 꾸준히 기회를 잡고 있다. 여기에 배준호(22), 정상빈(23) 같은 신예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황희찬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을 맞아 극적인 결승 골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현재는 대표팀 자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에버턴전 득점이 값졌어도 입지를 되찾으려면 꾸준한 결과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