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적자 기조...포트폴리오 불균형 및 CSM 약화가 발목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푸본현대생명이 고금리 조달 부담을 줄이고 기본자본 중심의 재무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자본건전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일부에선 수익성 강화와 포트폴리오 개선이 없인 실질적인 체질 개선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통해 주주배정 방식으로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는 자기자본(4662억원) 대비 약 150%에 달하는 자본 확충으로 지난해 증자 규모(4580억 원)를 상회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오는 12월 10일 납입이 완료되면 총 자기자본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자본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보험사 자본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인 기본자본 중심의 재무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이는 단순한 유동성 확보를 넘어 자본의 질을 재편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기존의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더라도 킥스(K-ICS) 체계에선 일부만 반영되는 보완자본에 불과하다. 반면 보통주 유상증자는 전액이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며 만기 리스크나 금리 부담이 없다.
앞서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연 7.0% 금리로 1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나 연간 이자비용만 84억원에 달해 고금리 조달의 부담이 크다.
이번 유상증자는 비용의 효율성과 자본의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고금리 조달의 부담을 줄이고 기본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으로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경과조치 적용 후 푸본현대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45.5%로 지난해 말(157.3%) 대비 11.8%포인트(p)가 하락했다. 킥스비율을 경과조치 없이 산출하면 -23.8%로, 이전 분기 대비 9.3%p가 악화됐다. 심지어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경과조치 후 81%, 경과조치 전은 -33%로 나타났다. 자본감소분 경과조치(TAC) 효과를 제외하면 경과조치 후에도 -41%다.
푸본현대생명은 금융당국이 킥스 비율 권고 기준을 150%에서 130%로 낮추면서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였지만 생보업계 평균(190.7%)과는 격차가 크다.
업계에서는 푸본현대생명이 장기적으로 고품질 기본자본 확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오는 9월 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조기상환이 예정돼 있어 자본비율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다만 유상증자 완료 시 킥스 비율이 약 210%로 올라 조기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 확충과는 별개로 지속되는 적자 흐름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154억원, 순손실은 803억원이다. 또한 올해 1분기 기준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1423억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수익 기반이 약화된 원인은 보험 포트폴리오의 불균형 떄문이다. 올해 1~5월까지 수입보험료 중 저축성상품의 비중은 49.6%로 생보업계 평균(14.6%)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반면 보장성보험의 비중은 29.3%로 업계 평균(49.5%)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2023년 도입된 신국제회계기준(IFRS17) 상 투자계약으로 분류돼 보험계약마진(CSM)에 반영되지 않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에 금리 민감도까지 높아 이익 변동성도 큰 편이다.
영업채널 경쟁력도 강하지 못해 수익성 회복에 제약이 되고 있다. 올해 1~5월 기준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 1604억원 중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통한 실적은 17억원(1.1%)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기간 생보사 평균인 3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푸본현대생명은 유상증자를 계기로 전속채널 확대와 GA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토해 영업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보장성보험 신계약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9.6%가 증가하며 소폭 개선세를 보였다.
보험업계는 푸본현대생명이 단기 자본 확충만으론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금리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보장성 보험 중심의 영업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자본 확충이 단기적으로 안정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수익성 부족은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본현대생명은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적정성을 개선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재무 건전성 위기를 극복하려면 보장성 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GA 채널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지영 기자 jiyoung152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