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플랜트 원가·PF 리스크 관리가 신용도 관건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현대건설이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털어내고 올해 들어 흑자 기조를 회복했다. 지난해 플랜트 부문 원가 재산정으로 인해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기저효과와 주택부문 원가 정상화가 맞물리면서 수익성 개선 궤도에 오른 것이다. 다만 해외 플랜트 원가 부담과 여전히 적지 않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는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1조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자푸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등 해외 현장에서 공기 연장과 품질비용이 불어나면서 예정원가를 대규모로 재산정한 결과다. 그러나 이 같은 ‘일회성 손실’ 반영을 마친 이후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건축·주택 부문이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 이후 착공한 현장의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98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307억원으로 8.2%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도 2.3%에서 2.8%로 소폭 개선됐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와 비교하면 뚜렷한 회복세다.
다만 외형 축소는 불가피했다.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둔촌주공,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 대형 주택 프로젝트가 준공되면서 건축 부문 매출이 1조원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다. 수익성은 살아났지만, 외형 성장 정체는 피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또 플랜트 부문은 현대건설의 ‘고질병’으로 꼽힌다. 사우디 마잔, 자푸라 등 대형 현장에서 공기 연장과 물량 증가로 투입 비용이 불어나면서 상반기 플랜트 원가율은 98%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문제는 구조적인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유가 변동, 발주처 재정 여력 약화 가능성은 공정 차질과 대금 회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과거에도 두바이 대관람차, UAE 담수복합화력발전 등에서 대손상각비를 반영하며 해외 프로젝트 손실을 입은 바 있다. 국내 주택 호황기에 플랜트 부문의 높은 원가율을 상쇄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국내 주택 경기 둔화와 맞물려 수익성을 위협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분쟁 증가에 따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이로 인한 유가 변동 및 주요 발주처들의 재정 여력 약화 가능성 등은 해외사업의 공정 및 대금 회수 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PF 우발채무는 일단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4년 말 5조60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난 도급사업 PF 보증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4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가양동 CJ부지, 이마트 부지 등 주요 현장이 본PF로 전환되고 착공에 들어가면서 미착공 브릿지론 보증은 1년 반 만에 4조2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 등에 따르면 보증 현장의 상당 부분이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등 분양여건이 불리한 비주택 부문에 집중돼 있어 초기 분양률이 더뎌질 경우, 보증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PF 보증 리스크 완화 속도가 신용도 평가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재무 상황은 일단 ‘버틸 체력’을 갖춘 모습이다. 지난해 손실로 지표가 흔들렸지만,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 3조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다만 종속회사 현대엔지니어링도 불확실성 요인이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에 상당 부분 타격을 줬고, 올 상반기 수익성 회복 기조를 보였지만 플랜트 현장 원가 안정화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해외사업에서 추가적인 공정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안정적인 수익성을 시현할 것”이라며 “비우호적인 대외여건으로 인해 PF우발채무 경감 수준 및 시기에 변동성이 내재하고 있으나, 풍부한 현금성자산과 재무융통성을 바탕으로 관련 위험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