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9일 무궁화호에 치여 작업자 2명 사망·4명 부상
전문가 "AI로 실시간 감지·자동제어로 사고 예방 가능
코레일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한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경찰과 소방, 코레일 등 관계자들이 사고 조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코레일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한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경찰과 소방, 코레일 등 관계자들이 사고 조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19일 오전 경북 청도군 경부선에서 발생한 코레일 무궁화호 열차의 작업자 충돌로 인한 인명 사고가 국내 철도 안전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인공지능(AI) 기반 안전기술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날 사고는 남성현역과 청도역 사이 철로에서 수해 복구 점검 작업을 하던 작업자 7명이 선로에 투입된 지 불과 7분 만에 무궁화호에 치여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에 대해 박창기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장은 20일 "AI 기반 실시간 감지와 자동 제어 기능이 이런 참사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며 "기존 안전 프로토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번 사고가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내놓은 스마트시티 해외진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해외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철도 안전시스템이 성과를 냈다. 스페인 마드리드 지하철은 AI 영상 인식 시스템을 도입해 선로 위 사람과 장애물을 실시간 감지한다. 시범 운행에서 AI는 90% 이상의 정확도로 선로 침입을 식별했고 위험 탐지 후 경고 발령까지 걸린 시간이 1초 이내로 단축돼 열차 제동과 연동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호주 멜버른 메트로 트레인스(Metro Trains Melbourne)도 광학 센서와 열화상 카메라를 AI와 결합해 선로 무단 침입자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운용 중이며 사고 위험 건수가 뚜렷하게 줄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인도 철도는 광섬유 기반 AI 감지 시스템을 일부 노선에 설치해 코끼리 충돌을 막는 데 성과를 보였다.

박 회장은 "AI는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선로 위 작업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접근하는 열차를 감지해 자동으로 경보를 발령하거나 아예 열차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무궁화호 사고에서 문제가 된 것은 '소음이 거의 없는 전기 열차'였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열차 소음으로 작업자들이 접근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조용한 전기열차는 작업자가 인지하기 어렵다.

박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AI의 실시간 감지 기능이 생명을 구하는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있다"며 "법은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처럼 AI 안전 기술도 모든 철도 구간에 균등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철도 현장에 AI를 적용하려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전국 주요 선로에 CCTV·센서 기반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를 열차 관제센터와 연동해 위험 신호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후 열차 자동 제동 시스템(ATP·ATS)에 AI 감지 모듈을 통합해 사람이 선로 위에 있을 때 즉각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시키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박 회장은 AI 기술의 철도 안전 적용 방안으로 ▲실시간 작업자 위치 추적 시스템 ▲열차 접근 자동 감지 및 경보 시스템 ▲비상 상황 시 자동 제동 시스템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작업자가 직접 선로에 나와 점검하는 방식'이 유지되고 있어 AI 안전망 도입 논의가 실질적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 회장은 "AI 기술은 이미 철도 선진국에서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스마트폰 앱을 통한 열차 운행 정보 공유 시스템 등이 있지만 이를 AI와 연동한 능동적 안전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안전기술 도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박 회장은 "AI가 약하면 전쟁에서 필패하는 시대라는 말처럼 안전 분야에서도 AI 기술 도입이 늦어지면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철도 당국이 예산 확보와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AI 기술은 2030년까지 글로벌 GDP에 15.7조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기술을 안전 분야에 먼저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투자"라며 "한 번의 대형 사고로 잃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AI 안전 시스템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는 이미 '사람 대신 AI의 눈'을 통해 충돌 사고를 줄이고 있지만 국내는 제도와 인프라가 뒤따르지 못한 채 인명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AI가 안전 기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철도 운영사, 기술 기업이 참여하는 종합적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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