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수년째 실적 부진
前휴온스 대표 ‘구원투수’ 투입
사업다각화 등 채질개선 기대
윤상배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내정자. 
윤상배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내정자.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CJ제일제당의 제약·헬스케어 자회사 CJ바이오사이언스가 체질개선에 나선다. 첫째 격인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가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으로 블록버스터 신화를 쓰며 매각 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천랩 인수를 통해 탄생한 둘째는 3년째 적자 늪에 빠진 채 수장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1년 CJ제일제당이 982억원을 들여 인수한 천랩을 비롯해 기존 레드바이오(제약∙헬스케어) 자원을 통합해 지난 2022년 설립했다.

◆ 수년째 실적 부진…신약 개발 가시밭길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CJ바이오사이언스는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윤상배 전 휴온스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전망이다. 회사는 이미 지난 7월 그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한 바 있다.

현 천종식 대표의 임기가 오는 2027년 3월로 아직까지 상당히 남아있다는 점에서 CJ바이오사이언스의 수장 교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수장 교체 주 이유로는 수년간 지속된 실적 악화가 꼽힌다. CJ바이오사이언스의 영업 손실액은 2022년 332억원, 2023년 321억원, 2024년 342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매출액 역시 CJ제일제당에 인수되기 전인 2020년 53억원에서 2021년 43억원, 2022년 41억원, 2023년 56억원, 2024년 35억원 등 감소세를 보이며 수익성과 외형 모두 움츠러들고 있다.

출범 당시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장질환, 피부질환 등의 감염성질환 뿐만 아니라 암, 치매, 자폐증 등 다양한 질병에서 면역기능 활성화, 항산화물질 생산, 병원균 증식 억제 등의 생리작용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미래 먹거리로 설정했다.

문제는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아직까지 개화 초기 단계 수준이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시판허가를 획득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은 글로벌을 통틀어 단 2개 품목 뿐이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없고 임상실패 사례가 잇따르는 등 신약 개발 난도가 높아 시장에 기대감이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공격적으로 R&D(연구개발비)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2022년 189억원, 2023년 225억원, 2024년 230억원 등으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지난해 600%를 돌파했다.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CJRB‑101’이 지난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1·2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진행 중이지만 기술이전 등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나머지 파이프라인은 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7년 전 CJ제일제당이 품에서 내보낸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당시 큰 기대 없이 비주력 계열사로 분류해 지난 2018년 한국콜마에 매각한 CJ헬스케어는 이후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을 탄생시키며 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약 4년 만에 제약바이오 산업에 재진입하면서 둘째 격으로 들인 CJ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로선 그야말로 ‘아픈 손가락’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총 400억원 규모에 유상증자를 통해 CJ바이오사이언스에 자금을 긴급수혈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 CI./CJ바이오사이언스 제공
CJ바이오사이언스 CI./CJ바이오사이언스 제공

◆ 윤상배 체제 출범…바이오+건기식 시너지 기대

‘구원투수’로 나선 윤상배 CJ바이오사이언스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중앙대학교 약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종근당, 삼성물산(바이오 사업), GSK코리아, 동아ST, 보령제약 등을 거쳐 휴온스에서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그는 휴온스 대표 재임 시절(2022년~2024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이끌었으며 또한 국산 의약품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제고하고 연구개발 성과의 상용화와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다각화, ESG 경영 강화 등 성과를 인정받아 2024년 ‘중견기업인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윤상배 신임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의 ‘올인’이 아닌 전략적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적자 늪에 빠진 CJ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CJ제일제당의 건강기능식품 전문 자회사 CJ웰케어 대표이사를 겸직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경험을 가진 CJ바이오사이언스와 CJ웰케어의 건기식 관련 역량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향후 고문을 맡게 될 천종식 현 대표와의 이른바 ‘케미스트리(chemistry)’도 관건이다. 그는 과학적 식견을 토대로 R&D 자문, 외부 네트워킹 등 CJ바이오사이언스의 연구개발에 폭넓은 지원을 지속한다. 

CJ바이오사이언스 측은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에 윤 내정자가 신약개발 전략 실행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로 영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윤 내정자와 천 대표이사의 시너지로 마이크로바이옴 미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라이선스 아웃 등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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