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비용 부담, 부품 가격 인하 압박으로 전가 우려"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미국 정부가 이번 주 중 품목별 관세율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전자부품업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강경 무역정책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가 유력하지만 스마트폰·PC 등 완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 리스크가 남아있어 부품업계에 가격 인하 부담 전가가 우려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현재 진행 중인 자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번 주 안에 반도체를 포함한 품목별 관세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직접회로와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단,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2028년 가공을 목표로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두 회사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2029년 1월 20일) 내 완공 예정으로 관세 면제 면제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디스플레이 등 국내 전자부품업계다. 반도체가 탑재돼 있는 스마트폰·PC 등 완제품 전자기기 역시 상무부의 조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미 관세당국은 최근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통해 20개 주요 전자제품의 상호관세 면제조치를 발표했으며 스마트폰·노트북·메모리칩 등 일부 IT 품목이 면제 목록에 올랐다.
스마트폰ㆍPC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트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부품 업체들은 국내 스마트폰·PC 산업의 대미 수출에서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 감소, 생산구조 재편과 같은 부정적 상황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7일 미국발 품목 관세에 대해 "세트(완제품) 업체들의 제품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디스플레이 등 여러 부품 업체에 가격 하락 압박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부품업계는 삼성, LG, 애플 등 주요 세트 제조사들의 미국 내 생산 확대 움직임과 공급망 전략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직수출이 어려워질 경우 멕시코·캐나다 등 우회 수출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 경우 역시 해당 국가에도 일괄적으로 높은 관세율이 적용돼 공급망 재편이나 생산 거점 이동 등 구조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내 부품업계는 과거에도 미국발 상호 관세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삼성전기는 앞서 미국 정부가 멕시코에 30%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현지 공장 건설 계획을 보류했으며, LG이노텍, 삼성디스플레이 등 베트남에 주요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업체들 역시 앞서 베트남의 46%의 관세 부과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 이후 베트남은 협상을 통해 이를 20%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번 주 발표될 품목별 관세가 완제품과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촉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의 미국 리스크 관리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품목별 관세율 공개와 미국 측 협상 제안에 따라 국내 IT업계의 수출 전략, 생산 구조, 가격 정책 등 전방위적 변수가 불거질 전망”이라며 “특히 반도체 관세 면제 여부와 완제품 및 전자부품의 관세 폭탄 현실화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와 기업 모두 긴박하게 대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