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트럼프 "반도체 美생산 아니면 관세 100% 부과"
삼성, 테슬라·애플까지 수주 성공했지만...‘메모리 반도체’ 관건
SK하이닉스, 국내 생산 집중돼 피해 불가피
각 사 로고 /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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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수입품에 대해 약 100%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이 정책이 실제 시행되면 한국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수출과 글로벌 전략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최근 한미 무역협정과 미국 내 생산 투자 여부에 따라 기업별 영향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애플의 대규모 신규투자 발표 자리에서 “미국 내로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을 이미 했거나 확정한 기업은 관세 면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예외 조건을 달았다.

관세 부과 시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업계에선 다음주 중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앞서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반도체, 의약품 관세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유럽연합(EU)과 관세협상을 타결하면서 향후 유럽에 15%의 반도체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향후 반도체 최혜국 관세가 15% 선에서 수렴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미 미국으로부터 최혜국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고 재확인하며 "어떤 나라가 최혜국 대우를 받으면 우리는 반도체와 의약품 분야에서 그 나라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입장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무역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고 안심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관세 100%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사업장. / 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사업장. / 삼성전자

◆삼성, 테슬라 잡고 애플까지 연이은 ‘빅테크’ 수주

트럼프발 관세 공포 속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연이은 수주 소식을 발표했다. '미국 내 제조 부활'을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맞춰 삼성전자가 빅테크 고객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그간 아픈 손가락으로 지목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의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애플은 6일(현지시간) 공식 뉴스룸에 “삼성전자와 텍사스 오스틴 팹에서 협력해 전 세계 어디서도 사용된 적 없는, 혁신적인 칩 제조 신기술을 선보인다”라며 “이 시설(삼성 오스틴 팹)은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의 전력과 성능을 최적화 하는 칩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칩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된다.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양산 중이며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도 짓고 있다. 이러한 현지 생산 확대는 미국 정부의 관세 면제 조건에 부합해 이들 시설에서 생산되는 일부 제품은 관세 면제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삼성의 핵심 수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다. 이는 대부분 한국(화성, 평택)과 중국(시안)에서 생산된다는 점에서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해당 제품들이 미국 시장으로 수출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대미 수출량 감소 및 미국 고객사의 부품 단가 인하 압박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구체적인 부과 시기와 적용 방식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현재로서는 반도체 관세와 관련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 생산 집중된 SK하이닉스 “당장 관세 회피 어려워”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제품을 한국(이천, 청주)과 중국(우시, 다롄)에서 생산하고 중인 SK하이닉스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공장 신설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 가동 시점이 2028년으로 예정돼 있어 당장 관세 회피 효과를 누리긴 어렵다.

따라서 현재 제품 대부분이 고율 관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강도 높은 관세 부과 시 북미향 매출 부진과 수익성 악화를 피하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 공통 시각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관세와 관련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고, 구체적인 부과 시기와 적용 방식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우리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대응해 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반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직접 수출 비중은 전체의 약 7%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대만, 중국 등에서 조립 후 미국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 영향이 자동차·철강 등과 비교해 구조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3대 메모리 기업 중 마이크론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경쟁력 약화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발 관세정책에 맞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및 현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미국 고객사와의 가격협상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관세 전가 비율, 단가 재조정 등 치열한 전략 수정이 예고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하려는 고율 관세가 국내 반도체 기업에 실제 적용될지, 그리고 이를 계기로 어떤 대응전략과 글로벌 투자재편이 이뤄질지가 향후 국내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한국이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으며 미국과 EU가 반도체 품목에 대해 15%의 관세만 부과하도록 합의했으므로 한국산 반도체는 15%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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