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거래 사전 허가제·실거주 의무 부과 등 규제 강화 속도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6·27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이후 내국인의 주택 매수세가 위축된 반면 외국인 주택 매입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여야 정당이 외국인 부동산 취득 규제를 본격 추진하면서 정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정치권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외국인 부동산 투기 방지법'(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상호주의 원칙을 강행규정으로 바꾸고,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현행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해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사전에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우리 국민에게 적용하는 규제를 고려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야 하고, 국내 부동산 정책에서 우리 국민이 역차별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 원칙에 따라 마련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외국인 주택 취득 시 거주의무기간(3년 이내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규정도 포함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외국인 임대인은 1만5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서울이 5024명(47.8%)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486명), 서초구(420명), 마포구(339명), 용산구(301명) 순이었다.
외국인 주택 매입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외국인이 신청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 소유권 매매 등기는 416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중국인이 2791건(66.9%)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519건), 베트남(136건), 캐나다(118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에서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활발해 올해 외국인 매수 1863건 중 중국인이 1431건(76.8%)을 차지했다.
정부도 외국인 부동산 취득 규제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외국인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차등과세 도입을 국익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고 가족관계 확인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응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진 의원도 지난달 31일 국회 '외국인 부동산 실태 점검 및 역차별 방지 토론회'에서 "6·27 정부 대출 규제로 청년과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차단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외국인은 여전히 아무런 장벽 없이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많은 국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미국은 외국인이 부동산을 매도할 경우 매수인에 매매대금의 10%를 원천징수하고 있고, 캐나다는 2027년까지 대도시·인구 밀집 지역의 외국인 주택 매입을 전면 금지했다"며 "호주 역시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할 때 정부 심의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민의힘은 ▲외국인 부동산 매입·거래 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 ▲거래 사전 허가제 ▲국가 기반 시설·안보 관련 지역 토지거래 특별관리 ▲실거주 의무 부과 등을 담은 ‘외국인 부동산취득관리법’을 8월 중 발의할 계획이다.
2024년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은 총 10만216호로 전체 주택 수의 0.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주택 보유 중 중국인이 56.0%, 미국인 21.9%, 캐나다인 6.3% 순으로 나타났으며,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전체의 72.7%가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경기가 39.1%로 가장 많았고, 서울(23.7%), 인천(10.0%) 순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 추진이 주택 가격이나 거래량 등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러한 법안 발의는 가격 안정 효과보다 시장 참여자 간 형평성을 바로잡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며 "외국인 주택 거래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면 투자 심리에도 일정한 경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