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상징이자 주장인 손흥민(33)이 올여름 구단과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2015년 입단 이후 10년간 한 팀에서 헌신한 손흥민은 이제 ‘레전드’라는 이름으로 팀을 떠난다.
손흥민은 2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 사전 기자회견에서 “올여름 토트넘을 떠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참을 머뭇거리면서 꺼낸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한 팀에 10년 동안 있었던 건 나로서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매일 모든 것을 팀에 바치며 최선을 다했다”는 말에선 진심이 묻어났다.
토트넘 역시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토마스 프랑크(52)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수많은 기여를 해온 선수이며 메이저 트로피도 들어 올렸다. 지금이 떠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 생각한다”며 “뉴캐슬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와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했다. 등번호 7번을 부여받은 그는 기대를 넘어선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10시즌 동안 공식전 454경기에서 173골 101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역대 최다 득점 5위, 최다 도움 1위, 최다 출전 7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의 커리어에는 상징적인 이정표들도 다수 존재한다. 2020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했고, 2021-2022시즌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공동 득점왕(23골)에 올랐다. EPL 이달의 선수상 4회, 시즌 올해의 골,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선정 올해의 팀 등 개인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특히 지난 시즌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이끌며 팀의 17년 무관을 끝냈고, 구단 사상 첫 아시아 출신 주장을 맡아 상징성을 더했다.
개인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손흥민은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로파리그 우승 후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환경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계약은 2025년까지였고, 구단이 1년 연장 옵션을 행사해 2026년까지 연장된 상태였지만, 손흥민은 이를 포기하고 작별을 택했다. 팀 동료 중에는 가장 오래 함께한 벤 데이비스(34)에게만 미리 이별을 알렸다.
해외 주요 언론에서도 손흥민의 깜짝 발표를 집중 조명했다. 영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은 현대 토트넘의 상징이다. 해리 케인(32)이 최다 득점자일 수는 있어도,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은 선수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케인의 많은 골이 손흥민의 어시스트에서 비롯됐으며 EPL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스트라이커 듀오 중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현지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의 이적을 중심 뉴스로 다뤘고, 디애슬레틱은 “손흥민은 EPL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한 선수 중 한 명이며 그의 이적은 한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EPL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손흥민의 푸스카스상, 득점왕 등 업적을 기리고 ‘토트넘의 레전드’라 표현했다. 또한 손흥민의 이적 발표 후 영국 X(구 트위터)에는 실시간 트렌드 1위로 ‘Sonny’(손흥민의 애칭)가 오르기도 했다.
10년을 한 팀에서 뛰는 건 어느 시대든 특별한 일이다. 전 토트넘 수비수이자 손흥민과 가장 친한 친구로 알려진 케빈 비머(33)는 BBC에 “이제 토트넘에서 또 다른 ‘쏘니’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1980년대 토트넘에서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과 UEFA컵(유로파리그의 전신)에서 우승컵을 든 미키 아자르(65)도 “손흥민은 처음엔 아무도 몰랐지만, 이제는 전설이 되어 떠난다”고 존경을 표했다.
손흥민은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모든 초점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맞춰져 있다. 손흥민은 “북중미 월드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쩌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더 행복하게 축구할 수 있는 팀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월드컵 개최지인 북미 무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향후 행선지로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