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기업, 자체 냉각 기술 고도화 한창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반도체 발열 문제가 IT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및 고성능 연산 장치는 짧은 시간에 막대한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출력 반도체가 내뿜는 열은 성능 저하, 오류, 수명 단축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AI칩 열관리 문제가 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전장(戰場)으로 칩 발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기술력이 상품성과 시장 주도력의 결정적 변수로 자리 잡았다. MS,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기업들과 국내 전자기업들도 냉각기술 R&D와 도입 경쟁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HBM4 등 고연산용 패키지에 발열 최소화 구조를 도입해 로직칩과 메모리 칩 사이의 열 전달을 줄이는 혁신적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D램의 경우 기존에는 서버 단위의 공조 시스템에 의존했지만 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밀접한 통합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내부에서 열을 식히는 등의 정밀 설계가 필요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삼성전자는 고성능 D램과 로직칩 연결부에 히트스프레더(방열판)을 일체화하는 혁신적 설계 방안을 구상 중이다.
복수의 업계 전언에 따르면 삼성전자 HBM3E 제품이 엔비디아의 엄격한 품질 테스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주요 원인은 발열과 전력 효율 문제라고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는 GPU의 특성상 막대한 연산량과 전력을 요구하는데 이때 메모리의 발열 및 전력 효율이 시스템 전체 성능과 안정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제품은 해당 테스트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안정적인 동작을 보장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은 기술·조직·고객 대응 등 전방위적으로 삼성 반도체 칩 발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HBM 시장에서 경쟁력 회복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HBM 생산라인의 확장과 첨단 냉각 기술 도입에 투자를 집중한다. HBM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식히는 쿨링 설계를 강화하고 본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엔비디아 등 AI 칩 수요처에 안정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와 협력해 차세대 HBM4용 패키지의 열저항 공정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과 스타트업들도 기술력 차별화에 적극적이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사피온 등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저전력·고효율 AI 칩 개발에 집중, '엔비디아 의존도 탈피'를 꾀하는 한편 효과적 열관리를 위한 밀착형 설계와 클라우드 공급업체와의 협업도 확대 중이다.
결국 미래 반도체 경쟁력은 AI칩 구조 혁신, 발열 제어 신소재·패키징, 수냉 및 하이브리드 냉각솔루션, 데이터센터와의 파트너십 등 다층적 전략에 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반도체가 현재 개화기 단계를 넘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고유의 강점과 글로벌 생태계 네트워크 구축 마련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며 “빠르게 세분화되고 커지는 AI 반도체 시장 속에서 발열을 잡는 자가 결국 판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