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도 똑똑하게…센서·완충재로 진화하는 소음 차단 기술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위층에서 뛰는 발소리, 떨어지는 물건 소리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층간소음 민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 아파트 생활의 고질적 문제로 떠오른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조용한 집'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닥 충격음을 줄이는 구조 설계부터 입주 후 알림 시스템까지, '층간소음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독자 기술을 속속 개발하며 경쟁적으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롯데건설은 최근 층간소음 완충재 전문기업인 ㈜아노스와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2종류'를 공동개발했다. 이 기술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중량 및 경량충격음 모두 가장 높은 등급인 1급 성능을 인정받았다.
앞서 롯데건설은 EPS(스티로폼), EVA(합성고무) 등을 활용한 바닥구조로 LH로부터 2급·3급 성능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번 기술 개발로 1~3급 전 등급에 대한 성능 인증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또 음향제어 전문기업인 세이렌어쿠스틱스과 '노이즈 캔슬링' 기술에 착안해 2023년부터 능동형 층간소음 저감장치 개발 및 현장 적용성에 대해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이에 최근 소음 저감 장치 설치 및 설정 방법 등에 관한 공동특허 총 4건을 출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공동주택 사업 전략 및 현장여건에 따라 맞춤형 바닥구조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도 기존 상용화한 층간소음 알림 시스템 'D-사일런스 서비스(D-Silence Service)'를 본격 확산 중이다. 아파트 거실과 팬트리 벽면 등에 설치한 센서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동을 감지하면 세대 내 월패드로 자동 알림이 전송되는 방식이다. 39dB(A) 이상 소음이 10초간 3회 이상이면 '주의', 6회 이상이면 '경고' 알림이 울린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 2023년 입주한 경기 연천군 'e편한세상 연천 웰스하임' 단지에 처음 적용됐다. DL이앤씨가 입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0% 이상의 세대가 '서비스를 지속 이용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으며, 어린 자녀를 둔 세대에서 서비스 만족도가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DL이앤씨는 5월 수주한 '아크로 한남'을 비롯해 다음 달 분양을 앞둔 '아크로 드 서초' 등 주요 단지에 D-사일런스 서비스를 적용한다. 향후 성수와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핵심 수주 단지에도 이 서비스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H-사일런트 홈 시스템' 기술을 지속 개선 중이다. 자체 개발한 층간소음 차단기술인 'H 사일런트 홈 시스템Ⅱ'를 내년 상반기 준공 예정인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 최초로 적용하겠다 밝힌 바 있다. 이는 현대건설이 지난 2021년 개발한 'H 사일런트 홈 시스템 Ⅰ'을 업그레이드한 기술로, 고성능 완충재와 고밀도 특화 모르타르 등을 활용해 '뜬 바닥구조' 성능을 극대화한 바닥구조다. 특히 소음 저감과 충격 흡수에 뛰어난 폴리에스테르(PET)와 폴리우레탄(PU) 등을 고성능 완충재로 사용해 사람이 걷거나 뛸 때 저주파 진동으로 전달되는 중량 충격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2022년에 국내 건설사 최초로 경량 및 중량 충격음 시험에서 모두 1등급 인증을 획득하며 성능을 입증받았다. 한편, 현대건설은 'H 사일런트 랩', 삼성물산은 '래미안 고요안랩' 등 전문 기술 연구조직을 운영하며 소음 차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정책도 건설사들의 기술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모든 공공주택에 '층간소음 1등급 수준'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바닥 두께는 기존 21cm에서 25cm로 4cm 두꺼워지고, 기준 소음 차단 성능도 49dB에서 37dB로 약 4배 강화됐다.
국토부는 이에 따른 공사비 증가 폭을 전용 84㎡ 기준 약 130만원으로 추산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완시공이 의무화되며, 이는 민간 아파트에도 점차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단순히 두꺼운 바닥으로 해결하던 층간소음 문제를 이제는 첨단 기술로 풀어야 하는 시대"라며 "실제 입주자의 체감 만족도가 브랜드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