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한 주 만에 상승 전환하며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환율 상승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업계는 다음 주에도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월 셋째 주(13~17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리터당 0.4원 오른 1667.9원을 기록했다. 하락세에 접어든 지 불과 1주 만에 상승으로 돌아선 것이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도 전주 대비 0.6원 상승한 1530.9원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전주 대비 1.1원 하락한 1739.1원으로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비싼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가격이 가장 저렴한 울산은 2.4원 내린 1638.6원으로 서울과 100원이 넘는 가격 차이를 보였다.
상표별 가격 격차는 더욱 뚜렷했다. SK에너지 주유소가 리터당 평균 1678.1원으로 가장 높았고, 알뜰주유소가 1636.4원으로 가장 낮아 41.7원의 차이를 나타냈다. 경유의 경우 SK에너지 주유소 1542.2원, 알뜰주유소 1498.2원으로 44원의 격차를 보였다.
이번 주 기름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환율 상승으로 분석된다. 7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수입 원유와 석유제품의 원화 표시 가격이 오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자료에서도 "최근과 같은 국제유가와 환율 안정세가 이어질 경우 7월에는 소비자물가 오름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지난주보다 배럴당 0.2달러 내린 70.4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휘발유 가격도 0.7달러 하락한 77.8달러였지만, 국제 자동차용 경유는 0.3달러 오른 90.7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하락의 배경에는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효과가 시장 기대보다 제한적이라는 인식과 미국 주간 휘발유 재고의 예상 외 증가가 작용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휘발유 재고가 34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100만 배럴 감소와 정반대 결과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광범위한 관세 부과가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켜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기름값에는 국제유가보다 환율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반면, 환율 변동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보인다.
대한석유협회는 다음 주에도 국내 주유소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과 지속되는 환율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하절기 휘발유 수요 증가 시기와 맞물려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환율 상승 때문에 국내 기름값이 오른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는 국제유가 하락 효과가 상쇄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석유협회가 올해 초 발표한 2025년 국제원유시장 전망에서는 원유생산 증가세가 수요 증가세를 상회하며 세계 수급이 균형 또는 공급과잉으로 돌아서면서 국제유가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율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어 국내 기름값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주 기름값 상승으로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1739.1원을 기록해 1700원대 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이 175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어 운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