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교과서발전위·발행사 “AI 시대 역행, 국가 정책 신뢰 훼손”
사상 첫 국회 항의...“AIDT 지위 격하, 교육 생태계 흔드는 일”
교과서발전위원회와 AIDT 발행사 대표들이 공동 입장문을 국회에 전달했다./천재교과서
교과서발전위원회와 AIDT 발행사 대표들이 공동 입장문을 국회에 전달했다./천재교과서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AI 디지털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국내 주요 교육 출판사와 에듀테크 기업들이 전례 없는 집단 대응에 나섰다.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를 비롯해 교과서발전위원회 위원들과 AIDT 발행사 대표들은 지난 14일 국회를 직접 찾아 공동 입장문을 공식 제출했다. 이 입장문에 뜻을 함께한 기업은 ▲교문사 ▲교학사 ▲금성출판사 ▲동아출판 ▲비상교육 ▲씨마스 ▲아이스크림미디어 ▲엔이능률 ▲와이비엠 ▲지학사 ▲천재교과서 ▲천재교육 ▲디딤돌교육 등 13개 교육 출판사와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협력사, 교과서발전위원회 등이다.

전통적으로 교육 출판 업계는 정부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춰온 ‘조용한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다. 교과서 발행사들은 국가 검정 시스템 하에 사업을 영위해온 만큼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이번처럼 교과서발전위원회와 AIDT 발행사를 비롯해 에듀테크 개발사 등 20여개 기업이 공동 성명을 내고 국회에 항의 방문한 사례는 사실상 최초다.

발행사들은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법률 조항 변경이 아닌 국가 교육정책의 철학과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행정 폭주”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향후 헌법소원과 공청회 추진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AIDT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것은 현장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지위가 ‘교육자료’로 격하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의 지속적 적용과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아울러 “AIDT는 지금 전국 수천개 학교에서 사용 중인 핵심 교육 인프라임에도 정책 방향이 자주 바뀌고 법적 기준이 불투명해지면서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시장 전체가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실제 AI 디지털교과서는 수년간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준비해온 공교육 혁신 시스템으로 검정 기준과 보안 체계는 물론 약 5300억원 국비와 2조원 이상 전체 예산이 투입된 대형 사업이다. 3만6000여명 종사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도 이 생태계에 걸려 있는 만큼 AIDT 지위 격하는 교육은 물론 산업과 고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우리는 줄곧 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여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우리가 지켜온 신뢰와 교육의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침묵할 수 없어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AI 교육강국을 표방하며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자해온 정부가 정작 현장의 핵심 수단인 AIDT의 지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책 당국과 교육업계의 갈등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김종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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