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달 말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경영자문 고문직 위촉
전관 예우 차원...임원·부서장 대상 경영 노하우 전수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 / 현대카드 제공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내년 3월 말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가 1년동안 현대카드 경영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고문직에 위촉된다. 

1972년생인 김덕환 대표는 미국 콜럼비아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제이피모건체이스(JPMorgan Chase)·스코틀랜드왕립은행(Royal Bank of Scotland Group)·삼성카드·현대캐피탈 등을 거쳐 2021년 4월 카드업계 최연소인 49세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정태형 현대카드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었다.  

11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이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덕환 대표를 경영자문을 위한 고문직에 위촉할 예정이다. 

앞서 김 대표는 임기 약 8개월을 남겨두고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달 말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난다. 이에 현대카드는 지난 9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로 조창현 카드영업 본부장(전무)를 내정했다. 

국내 금융사들은 최고경영자(CEO)가 퇴임할 경우 그를 약 1년~2년동안 고문직을 위촉하는 관행이 존재한다. 이는 회사 발전에 기여한 최고경영자를 예우하는 한편, 그가 가진 경영 노하우를 공유 받기 위한 제도다.  

실제로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퇴임 후 1년동안 하나은행 고문을 맡은 바 있으며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2023년 자리에서 물러난 후 3년 계약의 고문으로 위촉됐다가 은행연합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고문직을 사퇴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이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도 회장에서 물러난 이후 모두 고문으로 위촉됐다. 

고문직의 보수는 회사 별로 편차가 존재하지만 대체로 당사자가 퇴임 당시 받았던 기본급의 50~8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성과급을 제외한 김 대표의 지난해 급여는 총 7억1700만원으로, 그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5980만원을 수령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퇴임한 CEO에 대한 고문직 위촉 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한다. 고문은 임원으로 분류되지 않는 데다 보수와 기간에 대한 공시의무도 없는 만큼, 이른바 '깜깜이' 채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의 경우 지난 2023년 퇴임 이후 2년 고문직으로 위촉됐지만, 이후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가 논란이 되면서 고문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또한 과거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퇴임을 하더라도 고문직을 맡은 후 이른바 '상왕'처럼 행동하면서 경영에 간섭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반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금융당국 역시 금융권의 퇴임 임원을 경영고문으로 채용하는 관행에 대해 이사회 의결과 같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이 같은 금융당국의 개입이 경영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경우는 이제 사라진 관행으로 알고 있다"면서, "과거와 달리 최근엔 고문직에 위촉되는 경우 임원이나 부서장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등 회사와 후배들을 위해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국적이 아닌 김 대표가 국내에 계속 체류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의 등기상 정식 이름은 김 데이비드 덕환(Kim David Deokhwan)으로 미국 국적자이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현대카드 대표에 취임한 지 1년 반 만인 2022년 9월 대표직을 돌연 사임, 미국으로 건너가 이듬해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할 때까지 미국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고문직의 경우 회사에 매일 출근해야 하는 상근 형태가 아닐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퇴임 이후 한국와 미국을 오가며 일정 부분 고문 역할을 수행하거나 화상 강의와 같은 비대면으로 회사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고문직 위촉과 관련해 현대카드 정관 53조을 살펴보면 △대표이사는 회사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고문 및 자문역 등을 위촉할 수 있다. △대표이사는 경영진에 준하여 이들의 보수 또는 업무상 필요한 경비를 정해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 외에 다른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고문직의 경우) 대체적으로 전관예우 차원이기는 하지만 회사의 고급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대표이사가 퇴임 직후 경쟁사로 이동하는 것을 일정 기간 방지하기 위한 조건도 포함돼 있다"고 귀띔했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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