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교·정책적 지원 강화…업계 “불확실성 속 R&D 투자 확대”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해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 약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취재진에 "우리는 의약품, 반도체, 몇몇 다른 것들(에 대한 관세)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관세율과 시행 시점은 밝히지 않았으나 앞서 구리(50%)와 의약품(200%)에 대한 초고율 관세를 예시로 든 만큼 반도체 역시 고율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산 반도체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관세 등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당장 반도체 품목별 관세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K-반도체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주요 빅테크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미국 수출 물량의 가격 경쟁력 상실, 글로벌 IT 고객사와의 거래 조건 악화, 공급망 혼란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당장 고강도 관세 피해를 면하기 위해 삼성·SK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내 패키징 공장 신설과 현지 법인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미국 정부의 현지 생산 확대 요구에도 부응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 역시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적 협상과 정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중국산 저가 반도체를 견제하는 효과를 가져와 오히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수요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효과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과 미국 내 생산 압박, 기술 패권 경쟁 심화 등으로 업계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결국 국내 반도체 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생산 거점 다변화, 현지화 전략, 기술 혁신,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 등 다각도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그 파장은 업계 전반에 걸쳐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