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가 급락·지배구조강화 의혹에 분노
IR·배당 약속에도 불신 증폭
분할안 통과 ‘빨간불’…탄원서·임시주총 변수로
파마리서치 로고. /파마리서치 제공
파마리서치 로고. /파마리서치 제공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파마리서치(대표 손지훈)의 인적분할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비판과 함께, 회사 측이 내세운 주주환원 정책도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파마리서치 소액주주들은 이른 시일 내 대통령실과 한국거래소에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다. 소액주주들의 조직적 반대가 본격화되는 있는 셈이다.

파마리서치는 지난달 인적분할을 발표하고, 기존 법인을 투자 중심의 ‘파마리서치홀딩스’로 전환하고 사업회사 ‘파마리서치’를 신설하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의 분할 비율이 각각 74.3% 대 25.7%로 설정되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나왔다. 

이 같은 구조는 실질적인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신설법인의 주가 상승 가능성과 사업 실체가 없는 홀딩스의 상대적 저평가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인적분할 발표 직후 파마리서치의 주가는 급락해 하루 만에 약 1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ACT)’ 역시 이 같은 파마리서치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지주사의 주가가 폭락하고 사업회사의 주가가 폭등하는 쓸데없는 주가 변동성이 야기되며 이번 분할로 굳이 부담할 필요 없는 리스크가 추가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6월부터 연말 합병기일까지 지배구조 리스크로 주가가 크게 못 움직이고 주주들의 돈이 묶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리적인 거래정지 기간만 해도 약 2개월”이라며 “최근 상승장에서 자금이 묶이는 기회비용을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크게 생각하고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액트와 종목토론게시판에는 “껍데기만 남은 분할” “대주주의 파렴치한 분할 철회를 촉구한다” “이별중이었는데 빡쳐서 주주행동 참여한다” “이재명 정부 정책에 정면 도전한 기업” “상법 개정전에 어떻게든 해보려고 발악을 하네” 등 소액주주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파마리서치 지분 1.2%을 보유한 머스트자산운용은 분할 구조의 불합리성과 소액주주 피해 우려를 담은 레터를 회사에 세 차례 전달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어 있는 소위 ‘중복상장(Dual Listing)’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주제”라며 “이러한 모습을 가진 회사들은 통상적으로 본래의 기업가치에 비해 할인돼 시장에서 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의 인적분할과 현물출자를 통해 지주사로 전환된 후의 구조는 필연적으로 대주주는 대부분의 소액주주와 다르게 모회사에 집중된 지분을 가진 구조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에, 주주간 이해관계가 불일치된 회사의 모습으로 악화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택을 하는 이유는 대주주의 지배력 지분율을 지금의 약 30%에서 크게 증가시키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구조 개편에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탈파트너스(CVC)가 어떻게 관여했는지도 주목된다. CVC는 지난해 10월 파마리서치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의결권 있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한 파마리서치 2대 주주다.

이 RCPS는 보통주 전환과 상환이 모두 가능해 인적분할과 지배구조 변화로 인한 수익 실현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이에 따라 공정한 정보제공 여부와 내부자거래 이슈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는 논평을 통해 “CVC는 불과 8개월 사이 명목상 대략 180% 수익률, 금액으론 3600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투자 결정 전 실사(Due Diligence) 단계에서 패밀리기업의 경우 승계에 관해 집중적으로 물어본다. 작년 실사 과정에서 회사의 분할 및 지주회사 체제 전환 시나리오가 논의됐는지 궁금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파마리서치 측은 주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일련의 대응에 나섰다. 

먼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3가지 구체적 방안을 약속했다. 보유 자사주 11만 9952주를 전량 소각했으며 신설 사업회사 및 파마리서치바이오는 당기순이익의 30% 수준을 목표로 한 배당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한 존속 지주사 파마리서치홀딩스 역시 사업 안정화 시점에 맞춰 배당정책을 공표함으로써 책임 있는 주주환원 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9년까지 연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도 제시했다.

불안감이 감도는 투자심리 잡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파마리서치는 지난달부터 6차례 기관 대상 IR(기업설명회)을 진행했으며 오는 9일에도 소액주주 대상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이번 인적분할을 ‘꼼수 승계’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인적분할은 상법상 특별결의 사항으로 오는 10월 17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의 3분의 2(66.7%) 이상, 전체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33.3%) 이상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문제는 소액주주들의 힘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파마리서치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1.1%지만, 소액주주 지분율은 이보다 높은 50.76%에 달한다. 이들의 동의 없이는 인적분할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 의견을 철저히 배제하고 기정사실화하는 방식은 최근 강화된 자본시장법이나 상법 개정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 사안이 향후 상장사 인적분할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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