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뚝심 리더십으로 토론·소통 강조하며 혁신기술로 반전 노려 
美출장서 엔비디아와 HBM3E 12단 제품 공급 본격 논의
6세대 'D1c' 개발로 HBM4 탄력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 반입식 개회사를 하고 있다./삼성전자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 반입식 개회사를 하고 있다./삼성전자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의 ‘1위’ 자존심 회복을 위해 전방위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회장은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체질 개선과 기술 혁신, 조직문화 개편을 진두지휘하며 하반기 실적 반등과 글로벌 리더십 탈환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6세대 D램 양산 승인, 첨단 패키징 조직의 대대적 개편 등 굵직한 변화는 전 부회장의 뚝심 경영이 본격 시험대에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 ‘현장 중심’ 조직 혁신, 보고체계부터 뜯어고치다

전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다단계 보고체계’와 책임 회피 문화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파트장-PL-그룹장-상무-부사장 등 복잡한 의사결정 라인을 대폭 축소하고, 중간관리자(상무급)에게 실질 권한을 이양했다. 임원들이 직접 현장을 챙기고 실무진이 ‘보고를 위한 보고’에 매몰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이는 수율 저하·시장 대응 지연 등 실무 문제를 조직 구조에서부터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또한 ‘치열한 토론 문화’와 ‘소통’을 강조하며 사내 불안심리 해소와 노사관계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노조와의 합의안 도출 등 과거와 달라진 리더십이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

◆ ‘기술 혁신’ 과제...6세대 D램 양산, HBM4로 반격

기술 경쟁력 회복은 전 부회장의 최대 과제다. 최근 삼성전자는 최근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의 양산 승인(PRA)을 마쳤다. 1c D램은 미세화·수율에서 대전환점으로 평가받으며 하반기 양산 예정인 차세대 HBM4 제품에 적용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이미 1b D램 기반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지만 삼성은 1c D램으로 성능·수율에서 경쟁 우위를 노린다.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이 지연되며 상반기 실적 회복이 늦어졌지만 하반기부터는 HBM4 양산과 주요 고객사(AMD·엔비디아) 납품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전 부사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엔비디아 등 빅테크 본사를 찾아 HBM4 납품을 논의했다.

◆ HBM·AI·미국 투자로 하반기 실적 반등 모멘텀

삼성전자는 6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하반기 반도체 사업의 핵심 전략을 확정했다.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진입, HBM4 양산 일정, 1c D램 수율 개선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메모리·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등 전 부문에서 고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HBM 중심의 실적 회복 흐름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DRAM 가격의 견조한 상승, HBM 수요 증가, 파운드리 부문 적자 축소 등이 실적 개선의 동력이다.

7월 조직 개편도 본격화되고 있다. 핵심은 차세대 HBM 경쟁력 강화로 전 부회장은 가장 먼저 패키징 조직 손질에 나선다. HBM 제품 경쟁력의 마지막 고리인 '패키지 완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전영현 부회장의 리더십은 ‘기본기 회복’과 ‘현장 중심’, ‘기술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근원적 경쟁력 회복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긴 여정”임을 강조하면서도 조직문화와 기술력, 투자 확대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는 전영현 부회장의 ‘문제 인식’과 ‘현장 중심’ 경영, 조직문화 혁신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AI 반도체·HBM 등 신시장 공략이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는 다시 한 번 글로벌 ‘왕좌’에 오를 수 있다.

다만 HBM4 양산·퀄테스트 통과, 파운드리 고객 확보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만 시장 신뢰와 자존심 회복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하반기 HBM4와 첨단 패키징,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SK하이닉스에 내준 ‘반도체 왕좌’를 되찾을 수 있을지 전영현 부회장의 ‘뚝심 경영’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전 부회장은 취임 후 쉴 틈 없이 조직과 D램 경쟁력을 재점검하고 전반적인 설계 개선을 통해  D1c 개발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의 ‘뚝심 경영’이 위기의 삼성 반도체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하반기 성적표에 업계와 투자자, 그리고 12만 삼성맨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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