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 후 4개월...채권 피해자 분노 '여전'
법무법인 로백스, 피해자 권리 구제 집중...집단소송 준비
"MBK·홈플러스·롯데카드, 재무위기 은폐 했을 것"
한스경제DB
한스경제DB

[한스경제=이수민 기자] 올해 초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유통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코로나19 이후 급물살을 탄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위기와 사모펀드의 도덕적 해이를 기업과 소비자 모두 피부 깊숙이 체감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회생 신청 3개월 후 법원은 홈플러스의 '기업청산'과 (인수합병을 통한) '회생'이라는 갈림길에서 우선 후자에 손을 들었다. 

업계 전반이 홈플러스의 새로운 인수 여부에 집중할 때, 벼랑 끝에 몰린 홈플러스 채권 투자 피해자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있다. 검찰 및 법원 등에서 오랜 기간 기업·금융·첨단(IT) 사건 수사와 재판 경험을 쌓아온 변호사 집단의 법무법인 로백스다. 이들은 홈플러스 '대규모 단기 사채 피해'에 따른 피해자의 권리 구제는 물론 MBK파트너스(사모펀드), 홈플러스(회생기업), 카드사의 편법적 유동화 실태를 입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스경제는 6월 말 서초동에 위치한 로백스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김기동 대표 변호사를 만났다. 김 변호사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발표 이후 채권 관련 사기 혐의 여부에 대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인물이기도 하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한 시점부터 기업회생 신청까지의 과정을 그와 함께 면밀히 짚어봤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최대성 기자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최대성 기자 

Q. 이번 사태의 가장 처음으로 가보자. 홈플러스의 자금 위기, 어떻게 시작된 건가? 

A. 홈플러스 자금 위기는 MBK의 인수·자금 회수 구조에서 비롯됐다. MBK가 2015년에 홈플러스를 당시 아시아 최대규모인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때 인수 대금 절반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금으로 조달했는데, 이게 차입매수(LBO) 방식이다. 

그런데 인수 이후에 대형마트 업계가 쭉 하락세를 탔다. 내야 할 이자는 많고 매출액은 줄어드니까 MBK가 홈플러스 알짜점포를 매각하기 시작했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채무를 상환하고, MBK 투자자의 투자금 상환으로도 사용됐다. 나중에는 자산이 거의 남지 않게 됐다. 알짜점포를 팔아버리니 매출은 계속 줄고 부채는 쌓이는 악순환이 형성된 것이다. 

Q. 결국 현금이 부족해지면서 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했다는 건가 

A.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홈플러스는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ABSTB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2023년부터 현재까지 발행한 ABSTB 누적 총액은 2조7181억원에 이른다. 회생신청 직전인 올해 1~2월에만 ABSTB 2891억원을 추가 발행했다. 

Q. 그 ABSTB 유동화 과정에서 편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어떤 편법인가? 

A. 먼저 역팩토링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홈플러스를 비롯한 유통회사들은 보통 납품업체 제품을 구매할 때 카드사와 협력해 '기업구매전용카드'로 결제를 한다. 결제기간은 평균 30일 정도다. 홈플러스는 쉽게 30일의 유예기간이 생기니까 납품업체에 바로 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카드사들이 납품업체에 현금을 즉시 지급하고, 나중에 홈플러스로부터 수수료와 원금을 챙기는 구조다. 결국 홈플러스는 당장 현금이 없어도 상품을 받아 소비자로부터 판매금을 받을 수 있고, 납품업체는 즉시 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홈플러스와 카드사가 여기서 채권을 한번 더 유동화했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홈플러스의 외상채권을 증권사에 넘겼고, 증권사는 SPC(특수목적회사)를 통해 고금리 ABSTB으로 포장한 뒤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홈플러스가 정상적으로 카드사에 결제를 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모든 현금 흐름이 막히게 됐다. 카드사와 증권사는 이미 홈플러스의 외상채권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지만, 이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모든 피해를 떠안게 된 것이다.  

Q.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가

A. 카드사가 카드대금을 외상채권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채권양도’ 방식이 아닌, ‘참가계약’ 방식을 활용한 점이다. 카드대금 외상채권 자체를 양도하면 대부업법 및 자산유동화법상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금흐름만 유동화하는 참가계약 방식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심지어 이 ‘참가계약’에는 홈플러스가 카드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더라도 카드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소구 조항’까지 포함됐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최대성 기자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최대성 기자 

Q. 해당 ABSTB 투자 피해자들은 '회생채권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인가

A. 법적으로 홈플러스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자로 보기 어렵다. 카드사들이 애초에 외상채권에 대해 참가권만을 유동화했고, SPC는 이 참가권을 기반으로 ABSTB를 발행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SPC가 발행한 ABSTB를 보유하고 있을 뿐 채무자인 홈플러스에 대한 청구권은 가지지 않는다. 회생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회생채권자는 홈플러스에 대한 카드대금 채권을 가진 카드사들뿐이다. 

Q. 제출한 고소장에 피고소인으로 롯데카드 경영진도 포함됐다. 이들의 혐의점은 무엇인가 

A. 홈플러스는 2020년부터 현대카드, 신한카드와 계약을 맺고 기업구매전용카드를 사용해 왔다. 신용카드사들의 신용공여를 통해 납품업체에 지급할 대금을 카드로 우선 결제하고, 신용카드사에 대한 대금 납부는 약 30~45일 후로 지연시켜 그동안의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경영 부실로 인해 2022년 신용등급 하락 위기를 맞았다. 이에 MBK는 2022년 2월 계열사인 롯데카드를 동원해 홈플러스와 새로운 기업구매전용카드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구매전용카드 계약의 해지 조건을 'A3+ 미만'에서 'A3 미만'으로 완화해 계약 유지 조건 등을 변경했다. 카드사들은 급격히 늘어난 카드대금 채권을 ABSTB로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미리 회수했다. 이 구조 덕분에 신용카드사들은 카드대금 회수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홈플러스에 대한 신용공여를 급격히 확대할 수 있었다. 결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이 같은 선택을 했다면 범죄 혐의를 따져볼 수 있다. 

Q. 특히 MBK 계열사인 롯데카드가 재무위기 은폐를 주도했다는 건가 

A. 그렇게 보고 있다. 현대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를 통한 홈플러스의 기업구매전용카드 사용액은 2022년 약 5926억 원에서 ABSTB 발행이 본격화된 이후인 2023년에는 약 1조 728억 원, 2024년에는 약 1조 7144억 원까지 급증했다. 특히 2024년에는 전년 대비 약 60% 증가한 수치였다. 이 증가액 대부분이 MBK파트너스 계열사인 롯데카드를 통한 비정상적인 신용공여 확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최대성 기자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최대성 기자 

Q. 홈플러스가 법원의 결정으로 회생을 이어가게 됐는데 

A. 그와는 별개로 MBK, 홈플러스, 롯데카드 대상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묻는 절차가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는 일부 피해자들만 우리에게 사건을 맡긴 상황이다. 이 외에 추가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 규모가 좀 더 커지면 집단 민사소송까지 갈 계획이다.  

이수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