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전용 금융서비스에 문화행사까지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은행권이 외국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은행의 외국인 고객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은행업계는 외국인 시장은 놓칠 수 없는 틈새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외국인 전용 앱·금융상품·특화점포를 비롯해 외국인 등록증 배송조회·취업지원·문화행사 등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종합서비스를 제공해 외인(外人)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5만78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195만7000명이었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2년 220만6000명, 2023년 250만8000명 그리고 지난해에는 265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대구광역시(235만9159명)와 경상북도(252만2609명)의 인구를 넘어선 것으로 지방자치단체 규모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외국인의 고용률은 64.7%로 2023년동기 대비 0.2%p 상승했으며 취업자 수는 역대 최대치인 101만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경제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국내 외국인 임금근로자 중 월평균 임금이 300만원 이상인 비율은 2017년 10.4%에서 2024 년 37.1%로, 200만원 이상인 비율은 57.3%에서 88.3%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도 증가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714만명이었던 국내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2022년 741만명·2023년 776만명까지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800만명(813만명)을 넘어섰다.
매년 외국인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권은 외국인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17개 언어를 지원하는 외국인 전용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우리WON글로벌’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WON글로벌’은 외국인 고객이 많이 사용하는 해외송금서비스 외에도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비대면 ‘출국 만기보험금 접수대행’ 서비스와 외국인등록증 등기우편 배송현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외국인등록증 배송조회’ 서비스와 ‘외국인 구인·구직 정보 제공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외국인 고객 전담창구인 ‘글로벌 데스크(Global Desk)’ 지점을 4개 추가해 전국 12개 지점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계좌개설 △스마트뱅킹 △환전·송금 업무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 상담까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우리은행은 고객센터를 통해 영어·러시아어·중국어·베트남어 등 12개 외국어 유선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관광객 전용 플랫폼 ‘WOKA’와 연계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특화된 △환율 우대 환전 △원화 출금 △선불카드 충전 △ATM 기반 출금 서비스와 선불카드를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외국인 고객 전용 브랜드 'NH글로벌위드(NH GlobalWITH)'의 첫 서비스로 우리 농가의 외국인 계절근로자(E-8비자)를 위한 'E8패키지'를 출시했다. 'E8패키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해 급여 해외송금·체류 중 보험 보장·귀국비용 환전까지 체류과정의 전 금융서비스를 통합해 혜택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영업점에서 현찰 환전 시 최대 50% 환율우대을 비롯해 'NH-ONE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송금수수료 면제 △전신료 5000원 적용 △NH농협손해보험 단체상해보험 매월 무료가입 △모든 통화 50% 환율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외국인 고객 전용 해외송금 서비스인 ‘KB Quick Send’의 송금 가능 국가를 47개국으로 확대했다. ‘KB Quick Send’는 비자(Visa)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외국인 고객 전용 송금 서비스이다. 중계수수료와 전신료 없이 5000원의 송금수수료만 발생해 비용 부담이 적고, 처리 기간도 최대 1영업일 이내로 단축해 기존 해외송금 방식 대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BNK경남은행은 지난달부터 인공지능(AI)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인 고객 전용 창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 언어 데이터 전문 기업 플리토(Flitto)와 협업을 통해 구축한 것으로 38개 언어의 실시간 통·번역해 외국인 고객의 언어 장벽을 해소하고,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거주 비중이 높은 경기도 평택시에 외국인 전용 특화점포 ‘평택외국인센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해외송금을 이용하는 외국인 고객에게 우대금리와 함께 연 최대 5% 금리를 제공하는 '하나더이지(Hana the EASY) 적금'을 출시했다.
더불어 지난달에는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소재 법주사에 외국인 고객을 초청해 한국의 전통문화와 아름다움을 알리는 ‘2025 템플스테이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김해와 서울 독산동에 외국인 고객 특화점포인 '외국인중심영업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 고객의 채널 접근성과 은행업무처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신한 글로벌플러스’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모바일 웹 채널의 전면 개편을 통해 16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외국인 전용 메뉴를 도입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외국인 거주자 또는 근로자가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권에서도 놓칠 수 없는 틈새시장으로 성장했다"며 "이에 은행권의 외국인 고객 맞춤형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의 외국인 대상 서비스 확대에도 금융 접근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선 관련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외국인의 경우 금융 및 신용이력 부족으로 인해 정밀한 신용평가가 어려워 신용대출 등 주요 금융서비스 접근에 제약이 분명하다.
홍용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신국 신용정보와 연계, 체류기간 변경·연장 정보 반영 등을 통한 평가모형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금융기관은 모바일 외국인등록증 기반 실명확인, 다국어 금융서비스 제공, 특화 점포 운영 등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향후에도 지속적인 제도 보완을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