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래미안 루미원' vs 대우 '써밋 프라니티'…8월 최종 선택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강남 재건축 시장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개포우성7차 시공사 선정을 두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두 회사는 단순한 시공 수주를 넘어, 각자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걸고 개포동 한복판에서 '자존심 승부'에 나서는 모양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지난 19일 마감된 개포우성7차 사업 시공사 입찰에 참여해 각각 단지명과 사업조건을 제안하면서 수주 경쟁에 나섰다. 시공사 최종 선정은 오는 8월23일 조합 총회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개포우성7차는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재건축 단지로, 1987년 12월 준공돼 현재 최고 14층, 15개 동, 802가구 규모다. 용적률이 157%로 낮아 사업성이 좋은 단지로 꼽힌다.
이 단지는 향후 최고 35층, 1122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만 약 6800억원에 달하며, 평당 공사비는 880만원 수준이다.
개포동은 강남권 재건축 지역 중에서도 사업 진척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꼽힌다. 이미 인근의 '디에이치자이개포', '래미안루체하임', '디에이치포레센트' 등이 분양 및 입주를 마친 가운데, 신규 단지들도 속속 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압구정·청담 등의 재건축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과 대조된다. 또 래미안, 디에이치, 써밋, 자이 등 대형사 하이엔드 브랜드가 모두 개포권에 진입하거나 진입을 준비하고 있어 브랜드 가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개포동은 단순히 입지나 브랜드 가치뿐 아니라, 실제 사업 추진 속도에서 우위를 보이는 몇 안 되는 강남 재건축지"라며 "대형사들이 수주전에 사활을 거는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양사는 지난 2020년 이후 5년 만에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당시 두 건설사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을 두고도 경쟁을 벌였으며, 삼성물산이 최종적으로 시공권을 가져갔다. 업계는 이번 수주전을 통해 각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전략이 어떻게 현실화될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사업에 '래미안 루미원(RAEMIAN LUMIONE)'이라는 단지명을 제안하며 브랜드 전략을 꺼내 들었다. 특히 최근 2조4000억원 규모의 압구정2구역 재건축 수주전을 포기한 이후 개포우성7차에 집중하는 행보는 수주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물산은 입찰 마감 3일 전인 지난 16일, 입찰보증금 150억원을 먼저 납부하며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고, 설계 제안에서는 글로벌 디자인그룹 '아르카디스(Arcadis)'와 협업해 개포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은 "래미안 루미원에는 기존 주거의 모든 기준을 뛰어넘는 다양한 차별화 제안이 담겨있다"며 "개포지역 최고의 자부심과 독보적 가치로 재탄생 시킬 것"이라고 했다.
반면 대우건설도 이번 사업을 통해 강남 '써밋' 적용 단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제안한 단지명은 '써밋 프라니티(SUMMIT PRINITY)'다.
특히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은 입찰 직전 현장을 직접 방문해 수주 의지를 피력했다. 김 사장은 "개포우성7차는 강남 재건축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사업장"이라며 "이익보다 조합원의 신뢰를 얻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역시 입찰보증금 150억원을 현금으로 선납했고, 설계 제안에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를 내세우며, 디자인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로써 수주 구도는 '래미안 vs 써밋'의 브랜드 대결로 압축됐다. 업계는 개포우성7차가 단지 규모와 상징성, 입지 조건 등을 고려할 때 두 건설사 하이엔드 전략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은 더 이상 단순한 면적 확장 싸움이 아니라,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며 "이번 개포우성7차 결과가 다른 강남권 사업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