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CBDC 사용 테스트·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
디지털 월렛 시장 규모 급성장...2028년는 16조달러 이를 것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과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과께 현금 없는 사회가 현실화되면서 디지털 월렛(전자지갑)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은행권은 전자지갑 서비스를 확대·개편하며 해당 시장 입지 다지기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자지갑은 금융업무를 수행하거나 결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공간에서도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음은 물론 실물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필요한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까지 추가해 금융생활 전반에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의 현금 사용 비중은 갈수록 감소 추세에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현금 이용 비중이 2017년 36.1%에서 지난해에는 15.9%까지 하락했다.
반면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설문조사 대상자(3551명) 가운데 81.3%가 최근 1개월 내에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 비율(65.4%)과 비교해 15.9%p가 상승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20~40대의 경우 95% 이상, 50대는 90%에 가까운 이들이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으며 60대 이상도 50% 이상 이른다고 응답했다.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이제는 전 연령대에 걸쳐 널리 이용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용 테스트를 실시하는 가 하면 스테이블코인(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암호화폐) 도입도 논의되면서 향후 현금 없는 사회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라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현금 사용이 줄고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결제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월렛 시장 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주니퍼리서치(Juniper Research)에 따르면, 디지털 지갑 사용자는 2022년 34억명에서 2026년에는 52억명으로, 거래액은 2023년 9조달러에서 2028년에는 16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업 연구보고서를 제공하는 '더 파이낸셜 브랜드(The Financial Brand)'에 따르면,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디지털 월렛을 통한 결제 비중은 2027년 과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20~40대를 중심으로 삼성페이·애플페이·네이버페·카카오페이 등을 통한 결제 비중이 높은 가운데 은행권은 간편결제 시스템은 물론 생활편의 기능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타사와의 협업을 통해 전자지갑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우리WON지갑’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우리WON지갑’은 ‘원더월렛’을 전면 리뉴얼한 서비스로 구성과 기능을 대폭 강화해 총 20여 종의 생활밀착형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기존의 △NFT(대체 불가능 토큰) 발행·합성·공유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 △디지털배지(자격·경력증명) △스마트항공권 △스마트패스 △쿠폰보관함 등의 실생활 기반 서비스에 △국세 미환급금 조회 △고용·산재보험 과납금 환급신청 △자원봉사 신청 및 조회 △혜택 알리미 등 공공행정분야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해 비접촉 결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비롯해 △학생증 카드를 통한 결제 및 신분증 기능 활성화 △디지털 월렛 서비스 연계 금융상품 개발 △미래형 금융서비스 및 상품개발 등을 함께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금융자산·전자문서·모바일 신분증 등을 관리하고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월렛 ‘SOL 지갑’을 운영하고 있다. 간편결제·포인트·쿠폰·MY 자산·디지털 자산·외화자산·전자문서지갑·디지털서류함·공과금 납부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토큰뱅크와 연계해 디지털 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월렛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학생증·정부24 전자증명서 신청·디지털 서류함·전자서명인증 등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테스트인 ‘프로젝트 한강’에 참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 토큰 전자지갑’도 오픈했다. 기존 보유 예금을 예금 토큰으로 전환하면, 생성된 QR코드를 활용해 온·오프라인 지정 가맹점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도 있다.
KB국민은행은 '국민지갑'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지갑'은 신분증·증명서·결제 관련된 다양한 생활 연계 서비스를 통해 실물 지갑을 대체하는 디지털 지갑 형태의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KTX·SRT 예매와 주민등록증 확인을 비롯해 △여권 재발급 신청 △책이음 서비스 △예비군 동원훈련 조회 △운전면허 벌점감경 교육 예약 △국립생태원 예약 등의 서비스를 더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이와 함께 KB국민은행은 GLN인터내셔널과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연계' 업무협약을 통해 태국·대만·싱가포르·일본·베트남·괌·몽골·라오스 등에서 QR결제와 ATM 출금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장혜원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디지털 월렛은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다양한 시장 참여자의 경쟁 속에 대체 결제 플랫폼의 하나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은행은 결제 및 자산관리의 장점을 기반으로 디지털 월렛의 성장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상품 및 서비스 개발 외에도 세대별 브랜드 선호를 고려한 제휴 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