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 시 영향력 약화…글로벌 사업 확장 기로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콜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계열사 HK이노엔의 글로벌 전략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으로 대표되는 제약 부문을 책임졌던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경우, HK이노엔의 향후 행보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현 부회장, 최대주주 지위 상실 위기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장남 윤상현 부회장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는 무상증자를 통해 460만주로 늘어난 당시 부담부 주식 230만주를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윤동한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윤상현 부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와 함께 지배구조와 관련된 3자간 경영합의를 체결했다. 한국콜마로 대표되는 화장품·제약 부문은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로 대표되는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윤여원 대표가 맡기로 했다.
지난 2019년 지분 증여가 이뤄졌고 윤상현 부회장은 해당 증여계약으로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 1793만 8966주 중 542만 6476주를 보유한 최대주주 (30.25%)가 됐다. 현재 콜마그룹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 콜마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윤상현 부회장과 윤여원 대표 간 갈등이 불거지며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윤상현 부회장은 지난 4월 말, 자신과 이승화 CJ제일제당 전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진행하며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윤여원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아버지가 남매간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나섰지만, 갈등이 종식되지 않자 소송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윤동한 회장은 “35년간 키워온 콜마그룹의 창업정신과 경영 질서를 더 이상 훼손하도록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콜마홀딩스는 “경영합의를 전제로 한 증여계약(부담부증여)은 애초에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콜마홀딩스 지분은 윤상현 부회장 31.75%, 윤동한 회장 5.59%, 윤여원 대표 7.45% 등이다. 만약 윤상현 부회장이 패소할 경우, 지분이 18.3%로 줄어들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케이캡’ 글로벌 전략 영향 불가피
윤상현 부회장의 최대주주 지위가 상실되면 그동안 그가 주도해 온 제약 사업 전반의 영향력 약화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홀딩스를 통해 지난 2018년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을 인수한 인물이다. 인수 직후인 2019년에는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을 출시하며 큰 성과를 냈고, 단일브랜드로 연간 처방액 1000억원을 돌파하며 HK이노엔은 물론 한국콜마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이 됐다.
케이캡 파트너사 세벨라파마(Sebela, 세벨라)를 통한 미국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세벨라는 지난 4월 케이캡의 임상 3상 성공 소식을 알렸으며 이를 기반으로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품목허가 획득 후 2027년 초 출시가 예상된다.
최근 경쟁 약물인 ‘보퀘즈나’의 독점권 연장으로 대량의 제네릭(복제약)이 공습 리스크까지 해소되면서 케이캡은 오리지널 프리미엄을 안고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의 미국 허가와 출시는 파트너사가 전적으로 권리를 갖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 영향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제는 케이캡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등지와도 완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포함해 50여 개국에 수출 중인 케이캡은 오는 2028년까지 100개국 진출을 목표로 한다.
중차대한 시기에 윤상현 부회장 리스크는 HK이노엔에게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를 중심으로 추진한 케이캡의 글로벌 전략이 당장 흔들릴 가능성은 작더라도 오너의 부재는 빠른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파트너사·투자자 신뢰도 타격 등이 예상된다.
케이캡 뿐만 아니라 R&D(연구개발) 전략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HK이노엔은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신약만 4개에 이른다.
제2의 케이캡을 노리고 있는 핵심 파이프라인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IN-115314’, GLP-1 계열 비만 신약 ‘IN-B00009’ 등이 꼽힌다. IN-115314는 사람(연고제)과 반려동물(경구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동시 개발 중으로 각각 임상 2상과 3상에 돌입했으며 IN-B00009도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의 R&D 투자 비용은 2021년 657억원, 2022년 671억원, 2023년 707억원, 2024년 814억원으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평균적으로 매출액 대비 약 8~9%를 R&D에 투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의 경우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은 입증된 만큼 그룹 내 경영 안정화 여부가 향후 글로벌 전략 성패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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