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책 기조 변화 따라 예산 삭감·채택률 하락 우려
일부 교육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현장 혼란 최소화 대책 마련 시급”
AIDT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교육기업들이 정책 변화로 혼란을 겪고 있다. AIDT 공개수업 장면./연합뉴스
AIDT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교육기업들이 정책 변화로 혼란을 겪고 있다. AIDT 공개수업 장면./연합뉴스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으로 추진됐던 AI 디지털교과서(AIDT) 사업이 새 정부 출범으로 흔들리면서 에듀테크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위기에 처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AIDT 개발에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을 투자한 교육기업들은 정책 변화로 인한 예산 삭감과 채택률 하락 전망에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비상 상황을 맞았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AI교과서를 미래 교육의 해법으로 보고 AIDT 도입을 위해 총 1조원 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교원 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에도 3000억원을 배정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에서 "AI교과서 정책을 바로잡고 미래교육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30%대에 머물고 있는 AIDT 채택률은 2학기 들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AI를 국가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AIDT 사업 방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 공약에는 AI 예산 대폭 확대, 민간 투자 유치, AI 인재 양성 등 거시적 산업 지원 정책이 강조됐지만 기존 AIDT 전국적 의무 도입이나 정부 주도 구독료 지원 등은 빠졌다.

새 정부는 AIDT 구독료 지원을 위한 특별교부금 지급을 유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의 올해 AIDT 관련 예산은 560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감소했다. ▲AIDT 지원센터 운영비(7억9400만원) ▲기술표준 개발비(2억7700만원) 등 인프라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

AIDT가 교육자료로 격하될 경우 교과서와 달리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교원 연수와 구독료 등 예산 지원이 끊기면 지방교육재정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해 현장 도입률은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다.

향후 4년간 예상되는 시·도교육청 재정 부담은 4조7255억원에 달한다. 일부 지방교육청은 “AIDT 구독료를 교육비특별회계로 충당해야 해 타 예산 항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으며 서울시교육청은 AIDT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요 교육기업들은 앞선 정부 방침에 따라 AIDT를 주요 사업으로 지정하고 2~3년 전부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투입해 AIDT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교육기업들은 투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 천재교과서, 비상교육, 아이스크림에듀는 올해 초 희망퇴직을 받는 등 인력 감축에 나섰고 웅진씽크빅은 아예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다. 한 교육기업 관계자는 “정부 정책 변경으로 투자 회수 기대가 사라졌고 사업 존폐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IDT 개발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천재교과서는 AIDT 사업부를 포함해 실적이 저조한 일부 사업부를 중심으로 인력효율화를 진행했다. 천재교과서는 초중고 AIDT 수학 영어 등을 개발했으나 전면 도입이 예정됐던 정책 방향이 ‘AIDT 자율선택’으로 갑작스럽게 변경되면서 개발비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업계 관계자는 “버틸 수록 매출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빠른 사업 정리가 기업들에 있어서 답이 될 수 있다”고 절박한 심경을 전했다.

교육업계는 정부에 ▲AIDT 개발비 보상 방안 마련 ▲기존 투자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코스웨어 플랫폼 사업 참여 기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변경으로 발생한 피해를 공공과 민간이 분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AIDT 발행사들은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교육부의 의무 도입 방침을 믿고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는데 자율 도입으로 바뀌며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AIDT를 채택해 수업 중이거나 인프라를 구축한 학교들은 정책 변화에 따라 지속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등 혼란에 빠졌다. 학교 간 교육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재정 지원이 줄어들면 재정 여력이 부족한 학교는 AI교과서 도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추가적인 AIDT 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교육업계의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의 급격한 전환으로 교육기업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AIDT 정책 향방이 교육기업 생태계와 미래 교육 현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계와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김종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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