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방한 일정에 조선사 방문 포함될 듯
HD현대 울산, 함정 개척자·접근성 부각
한화오션 거제, 27년 전 인연·美투자 강조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HD현대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HD현대와 한화오션이 한미 조선업 협력 추진에 있어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하반기로 예상됨에 따라 서로 ‘세계 최고 VIP’ 모시기 특명하에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10일 업계 및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 참석을 추진하고 있다. 성사될 경우 트럼프 2기 출범 후 트럼프 대통령의 첫번째 한국 방문이 된다. 외교부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만큼 이른 시일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APEC 회원국 정상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미국으로부터 최종 참석 의사를 전달받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방한이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조선사에 방문할 수 있다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당선된 이후부터 줄곧 한국 조선사와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은 글로벌 해양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달리 조선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다시피 해 해군 경쟁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후화된 해군 함정의 현대화와 최신 구축함, 순양함 등의 신조를 도모하는 한편 자국 조선 산업을 살릴 최적의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극동 지역의 다른 우방국 일본도 조선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 생산성과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능력 등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미국 주요 인사는 이미 HD현대·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해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귀국했다. 존 필린 미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방한 기간에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현장에서 필린 장관에게 함정 사업에서의 각 사 경쟁력을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과 경호 측면에서 울산과 거제 야드 두 곳을 모두 방문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의 일정이 빡빡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울산과 거제 간 거리도 생각보다 먼 만큼 현실적으로 2개 조선사 중 1곳만 방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일정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 양사의 대미(對美) 네트워크 및 대관 조직의 정보·전략을 중심으로 치열한 물밑 레이스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지로 낙점된 조선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조선산업을 대표하는 곳으로 각인되고 미국 등 해외 시장에 효과적인 홍보 수단을 확보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의 실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미국 정부와 직접 소통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시, 경남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섭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HD현대와 한화오션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한화오션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을 받기 위해 HD현대는 해군 함정 건조의 선구자란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대한민국 첫 전투함인 울산급 호위함(FF)을 시작으로 구축함, 군수지원함 등 함정 106척을 건조했고 이 중 18척은 해외로 수출했다.

또 APEC이 열리는 경주와의 지리적 근접성,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이 한국의 ‘산업 수도’라는 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트럼프 대통령과 옛 대우조선해양 간 인연을 강조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8년 6월 부동산 사업가 시절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두 번째 아내인 배우 출신 말라 메이플스와 함께 당시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를 방문했다. 당시 방문은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자와의 인연으로 이뤄졌다. 대우는 뉴욕 맨해튼 트럼프월드타워 건설에 참여한 바 있다.

미국 시장에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점도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1억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인수 후 설비 최적화 작업, 인력 채용 작업 등이 진행 중이며 최근 필리조선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가 가능하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수행한 실적도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할 조선소 선정 과정에 플러스 요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호와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호 등 2척에 대한 MRO를 수주했고 2척 모두 성공적으로 작업을 마친 바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동선 하나하나가 조선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며 "이번 방문지가 앞으로 미국과의 조선 협력 구도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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