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여력비율, 권고선 간신히 통과...저축성·퇴직연금 발목
650억 규모 콜옵션 만기 임박…자본 건전성에 부담 요인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을 보류하면서 채권시장에 경계심이 확돼되고 있다. 당장 내달 콜옵션이 예정된 푸본현대생명 역시 적자 누적과 간신히 기준을 넘긴 킥스(K-ICS) 비율로 인해 조기상환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오는 6월의 150억원을 시작으로 9월에는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의 콜옵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이들 채권은 모두 2020년에 발행된 것이다. 6월 만기 채권은 사모 형태로 연 4.3%의 표면금리를 적용받고 있으며, 9월 만기 채권은 공모 형태로 발행돼 연 4.49%의 금리를 기록했다.
푸본현대생명은 대만 푸본금융그룹 산하 생명보험회사로 푸본생명이 8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커머셜(9.0%)과 현대모비스(7.5%)도 지분을 보유 중이다.
대만 푸본 라이프로부터 2021년 4580억원, 2023년 3925억원의 대규모 자본금 납입을 통해 자기자본을 크게 확충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이 72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79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손실 대비 적자 폭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푸본현대생명의 올해 1분기 투자손익은 –915억원으로, 전년 동기(404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 기간 공정가치측정금융상품(FVPL) 관련 이익은 362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1220억원)과 비교해 70.3% 줄었다. 외화거래이익은 887억원으로 전년 동기(2420억) 대비 96.3% 급감했다.
반면 FVPL 관련 손실은 680억원으로 전년 동기(375억원)에서 적자폭이 81.3% 늘었다. 외화거래손실은 293억원으로 전년 동기(69억원) 대비 327.6% 증가하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같은기간 보험 부문 손익은 -31억원으로, 전년 동기(-73억원) 대비 손실 폭은 57.7%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과 투자 양축의 동반 부진은 자본건전성 관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의 실적 부진은 높은 해외 투자자산·퇴직연금 의존도가 이번에도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3월 말 기준으로 푸본현대생명이 보유한 외화증권은 5조3808억원으로 전체 주식 및 채권 운용의 40%에 이른다. 여기에 퇴직연금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사업 구조도 문제다.
전체 수입보험료 중 퇴직연금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58.1%에 달해 다른 보험사보다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하다.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도 불리하고, 만기 시 원금 이상을 지급해야 해 역마진 위험이 크다.
해당 자금이 장기채권 투자에 집중되면서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를 초과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도 형성됐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금리 상승기에 수혜를 보는 것과 달리, 푸본현대생명은 오히려 재무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핵심 수익원인 보장성보험 비중도 40.5%에 그쳐, 생보사 평균(78.9%)의 절반 수준이다. 푸본현대생명의 지난해 수입보험료 가운데 퇴직연금이 7조4697억원으로 전체의 27.0%를 차지하고 저축성보험 비중도 22.5%(6조2044억원)에 달한다.
푸본현대생명은 자본건전성 지표도 악화 조짐을 보이며 자본 조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새 회계제도인 'IFRS17' 시행 전인 2022년 당기순이익 30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과 지난해 각각 1105억원, 3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의 경과조치 후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지난해 말 기준 157.3%로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를 간신히 상회한다. 심지어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킥스 비율은 -14.5%로 100%를 넘지 못한다.
킥스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푸본현대생명의 가용자본을 구성하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올해 1분기 –8472억원으로 지난해 말 –7893억원대비 적자폭이 7.3% 확대됐다. 결손금도 지난해 –3743억원에서 올해 1분기 –4486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푸본현대생명의 가용자본이 감소함에 따라 킥스 비율 역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푸본현대생명의 자본구조가 금융당국의 건전성 강화 기조와 배치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3분기까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킥스 권고치를 현행 150%에서 130%로 20%p(포인트) 낮춘다. 또한 기본자본비율 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보험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자본성 증권 의존이 과도하다고 보고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만을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킥스 비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기본자본비율이 50% 미만일 경우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전 기본자본이 –8508억원,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64.5%다. 자본 대부분이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에 의존하는 구조로, 규제 변화에 따른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푸본현대생명은 최근 후순위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녹록지 않다.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최근 푸본현대생명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나신평은 푸본현대생명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과 관련해 "보험 손익 적자가 이어지면서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계열의 재무적 지원으로 자기자본 확충됐으나 자기자본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 위주의 보험 포트폴리오를 보유했으며 보장성보험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업권 내 경쟁 심화, 브랜드 인지도 및 판매채널 경쟁력 열위로 가시적인 질적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에도 기관 경과에 따른 경과조치 효과 축소, 자본성증권의 상환기일 도래, 자본규제 고도화와 관련된 제도개선 시행 예정 등은 자기자본 관리 부담에 가중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이지영 기자 jiyoung152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