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 요구에 환율 급변…외교 이슈로 번지나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1500원대를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이 밤사이 한때 1368.9원까지 급락하는 등, 7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달리고 있다. 이처럼 환율이 하락한 것은 달러 약세와 달리 원화가 강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환율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원화 가치 절상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원화가 가치가 급상승했다.

더욱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160억달러 규모로 진행한 20년물 국채 입찰에서 수요 부진이 나타나면서 미국의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며 약세가 전환한 것이다.

이번 입찰에서 국채 평균 금리는 5.047%로 결정됐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안이 미국의 국가 부채를 더욱더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달러인덱스는 장 중 99.2pt선까지 후퇴했으며 다우존스30지수는 전장 대비 1.91%가 추락하는가 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1%, 나스닥 지수는 1.41% 하락했다.

이처럼 달러 인덱스가 100pt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달 8일 이후 약 2주만의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 정부가 아시아 통화의 절상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자국 제조업에 유리한 달러 약세 환경을 요구할 것이란 점이다. 게다가 우리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하락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당분간 환율은 1370~139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달러가 약세로 전환했지만 원화 강세가 이어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경제가 수출과 내수 모두 나아질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짐에 따라 원화 강세가 아닌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더 높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 달러-원 환율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4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주식 13조592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5년 1개월만에 최대 순유출로 9개월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3200억원어치를, 코스닥시장에선 1조272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가별로는 영국이 -8조9000억원, 미국이 -1조5000억원 순으로 순매도가 이어졌다. 4월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 중인 국내 상장주식 규모는 707조1000억원이다. 이는 전체 시가 총액의 26.5% 수준이다.

이 같은 순매도 현상은 미국이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했으며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90일 간 관세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선 3개월 연속 순투자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상장채권 15조5050억원을 순매수했으며 4조2460억원을 만기상환해, 총 11조2590억원을 순투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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