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때 기업윤리 논란...'소비자 피해·고용 불안' 등 대비책 제시 필요
국민 정서 깊이 박힌 한진 일가 '오너 리스크'는 '시한폭탄'...상속세 등 사적 경영 가능성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최근 호반건설이 한진칼 2대주주로서 지분율을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지 시장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분율 26.13%로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다. 호반건설이 단순한 투자목적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시장의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불신도 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노력에도 불구하고 '땅콩회항(2014년)', '물컵 갑질(2018년)' 등으로 인한 오너가의 갑질 이미지는 여전히 국민정서에 깊이 각인돼 있다. 이는 경영권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나와의 합병 과정에서 4년여 동안 기업윤리와 준법경영 측면에서 제기돼온 논란들이 이번 호반건설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기업 윤리적 쟁점에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14개국 경쟁당국 신고(2021년 1월~)를 거쳐 지난해 12월11일 지분 인수를 완료하고 12일 자회사로 편입하며 아시아나항공 합병 절차(2020년 11월~)를 매듭지었는데, 합병에 나선 이후 줄곧 제기된 대한항공의 항공시장 독점화(풀서비스항공시장 60~70% 이상)와 운임인상 가능성, 서비스 질 저하 우려, 소비자 선택권 제한,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 중소 하청·협력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와 고용불안, 일반 주주들의 부담 확대 문제 등이 시장엔 이미 예고된 상태다.
벌써부터 대한항공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마찰도 가시화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비율 축소 문제나 기내 생수용으로 쓰이는 제주도 지하수 증산(월 1500톤 증가) 작업 착수로 인한 제주지역 사회와의 갈등 등이 모두 이런 맥락에서 읽히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둘러싼 특혜 의혹은 현재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과도 맥이 닿아 있다. 아시아나 합병이 시작된 시기는 2019년 조양호 회장 별세 후 조원태 회장(델타항공·우리사주조합 등)이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강성부 펀드(KCGI)· 반도건설)과 경영권 싸움을 벌이던 시기와 맞물리며 2020년 4월 기준 조 회장 41.3%, 조 전 부사장 47.71% 지분율 싸움에서 산업은행의 개입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결정적인 한 수가 돼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후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공적자금이 사적 경영권 분쟁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주요 채권자인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2020년 11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10.66%를 확보했다. 이외에 한진칼의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도 인수해 모두 8000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이 산은의 제3자 배정 유증은 기존 소액주주들의 지분 희석을 초래, 주주들의 투자가치를 떨어뜨려가면서까지 총수 지배권 강화와 연동된 구조적 불공정성으로 간주될 여지가 다분하다.
근본적으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조원태 회장의 낮은 지분율(5.78%)로 인해 우호 주주가 이탈할 경우 그룹 전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 문제가 있다. 다만 2025년 3월31일 기준으로 보면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자(가족·재단·복지기금 등) 20.13%, 델타항공 14.9%, 한국산업은행 10.58%, 이외 5% 미만의 우호 주주(네이버·GS그룹·한일시멘트 등) 지분까지 합치면 조 회장 우호 주주 지분율은 50%를 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다. 최근에는 자사주 0.66%의 사내복지기금 증여를 결정해 지분율 방어에 일조했다.
지난 12일 기준 호반건설은 한진칼의 보유 지분율 18.46%로 기존 대비 1.02% 포인트 늘어난 상태(호반호텔앤리조트·호반 등 계열사와 합산)라고 밝혔는데,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0.09%와의 차이는 1.63%에 불과하다. 이후 지속되고 있는 시장 반응과 관심도 이런 조원태 회장의 낮은 지분율이 원인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 경우는 상속세 현안도 있다. 2019년 조 전 회장 별세로 조원태 회장과 일가는 약 2000억~2700억원대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해오고 있다. 조 회장 개인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약 6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조 회장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면 이런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더욱 심화하고 외부 투자자와의 갈등도 불가피해지리란 예측이다. 이외에도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임원 보수 인상, 그룹 차원의 자산 매각(현금 유동성 확보) 등에 나서면서 지분 방어를 위한 경영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 또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한 단기 성과 중심 경영 등으로 인해, 상속세 마련이 대한항공의 성장보다 우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대한항공은 경영평가위원회·윤리경영위원회 등 일정 수준의 내부 통제와 책임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는 있지만 실제 결실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재의 지배 구조와 경영권 방어 중심의 전략이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시너지 실현이나 기업가치 제고보다 우선시된다면 장기적으로 시장의 신뢰와 투자자 보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직접적으로 대한항공은 오너 리스크 문제도 있다. 시장은 '땅콩회항(조현아 전 부사장)'과 '물컵 갑질(조현민 전 전무)', 상습적인 폭언·폭행(이명희 전 이사장), 회사 자산의 사적 이용·명품 밀수 의혹 등 오너 일가에 대한 불신이 상존한다.
실제 산은은 '한진 일가가 경영 윤리를 지키지 않으면 경영진 교체까지 할 수 있다'는 내용의 투자합의서까지 체결했을 정도다.
이처럼 오너 리스크와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여론의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이 대한항공 경영권 확보에 나설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오너 리스크 등으로 인한 국민적 불신을 고려할 때 여론의 지지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호영 기자 eesoar@sporbiz.co.kr



